주가 고공행진에 곳간부터 채우는 상장사 '주주 우롱'
한화오션, 대규모 오버행·실권주 우려…증권가, 매도 리포트 등장
루닛, 유무상증자 물량 출회 가능성
2023-08-29 06:00:00 2023-08-29 0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틈을 타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상장사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꾸준히 우상향하던 루닛(328130)한화오션(042660) 등입니다. 대규모 유증 발표에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장 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유증을 하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주가 고점에서 결정된 유증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유·무상증자결정을 공시한 루닛은 올 들어 570%까지 주가가 올랐다가 고점대비 18.95%가 넘게 빠졌습니다. 한화오션도 160% 넘게 상승했다 이달 들어 주가가 19.47% 이상 내린 모습입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 희석화를 우려한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어 주가엔 악재로 간주됩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는데다, 자금조달을 통한 기업 성장 기대감이 낮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신사업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는 신사업 기대감으로 연결되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잘못된 경영활동 과정에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라면 경영진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과 완벽한 자금활용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루닛 2019억 유무상증자…보호예수 없어
 
그래프=뉴스토마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루닛(328130)은 20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또 1대1 무상증자도 공시했습니다. 자금조달 목적은 운영자금(1111억4000만원)과 타법인 증권취득자금(907억3200만원)입니다. 증자방식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입니다. 이번 유상증자는 잔액인수방식으로 대표주관회사 NH투자증권이 실권주 일반공모 후 최종실권주를 잔액인수하게 됩니다. 실권수수료는 잔액인수금액의 8.0%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루닛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월말 기준 165억원 규모로 회사 규모에 비해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일 것"이라며 "유증 자금의 절반 이상이 운영자금으로 분류된 것으로 볼 때 주가 고점에서 곳간 채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주주가 유증 물량을 얼마나 가져가는지 봐야 알 수 있는데 일반 주주에게 가거나 실권주가 발생하면 큰 악재로 인식될 수 있다"며 "타법인 취득자금의 경우 VC를 설립해 관련기업들에 투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유상증자로 인해 추가 발행되는 신주는 보호예수되지 않으므로 신주 상장 직후 주식의 물량 출회 및 주가 희석화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습니다. 루닛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게 되는 자금 중 403억원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에 쓸 예정입니다. 이외 자금들은 데이터 구매·관리(217억원), 공동연구와 임상비용(290억원), 인건비(203억원) 등 운영자금과 무형자산 취득(400억원),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자회사 출자(504억원) 등에 조달될 예정입니다. 
 
한화오션, 총 주식대비 41.3%…대규모 오버행 노출
 
그래프=뉴스토마토
 
같은날 한화오션(042660)도 2조원 규모 유상증자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자금조달 목적은 시설자금(8500억원), 운영자금(4500억원),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7000억92만5000원)입니다.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은 해외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 확보, 친환경 연료 기반의 추진체계 및 친환경 운반선 기술 고도화 등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화오션의 경우 대신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간에 주주배정후 실권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과는 모집주선 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그 실권주를 일반에 공모하기로 해 기명식 보통주 8948만5500주를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화오션은 당장 신주가 대규모로 발행되면서 지분 희석과 오버행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화오션 발행주식 총수는 2억1687만여주인데, 이번 유상증자로 신주 8948만5500주가 발행됩니다. 전체 발행 주식수 대비 41.3%가 한 번에 늘어나게 됐습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추가 발행되는 주식 중 우리사주조합 청약분(20%)을 제외한 물량은 보호예수되지 않는다"면서 "대규모 물량의 일시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따른 주가하락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청약 이후 실권주 발생으로 인해 공동대표주관사가 잔액인수한 물량을 조기에 장내에서 대량 매도할 경우 일시적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 하락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인수한 실권주를 일정 기간 보유하더라도 동 인수물량이 잠재매각물량으로 존재하여 주가 상승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증권가에서도 한화오션에 보수적인 접근을 조언합니다. 신영증권은 매도리포트를 내며 목표주가 또한 4만3000원에서 3만원으로 내렸습니다. 교보증권 또한 목표가를 4만3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하향했고, 삼성증권도 3만55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내렸습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2027년 이후가 본격적인 투자 회수 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자금 조달 효과를 감안해 미래가치를 앞당겨 오기에는 멀다"고 봤습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타법인 인수 계획도 어느 정도 구체화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라며 "당장은 대규모 신주가 높은 할인율로 발행됨에 따른 투자 심리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