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에 역마진 가능성↑…전기요금 인상론 '솔솔'
두바이유·브렌트유·WTI …배럴당 90달러 넘겨
8월 유류 정산단가 466.7원…올해 들어 최고가
전력 구입·판매단가 격차…6월 30원→7월 7원
2023-09-17 12:00:00 2023-09-17 12:00:00
[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 급등하며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을 판매할 때마다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킬로와트시(kWh)당 30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던 전력 구입단가와 판매단가의 차이는 현재 7원 수준으로 좁혀진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전의 역마진 구조 전환 방지를 비롯해 200조원 이상 규모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책은 요금 인상이란 견해입니다. 
 
17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류 정산단가는 kWh당 466.7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단가를 보였습니다. 정산단가는 전력 거래액을 전력 거래량으로 나눈 값으로 한전이 전력거래소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도매 시장 가격을 의미합니다. 평균 단가가 높을수록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도 높아집니다. 
 
11개월 만에 유류 정산단가 450원 돌파
 
유류 정산단가가 45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입니다. 지난해 8월 645.9원까지 올랐던 정산단가는 내리 감소세를 보이면서 올해 4월 285.3원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가 우상향 흐름은 치솟는 국제 유가에 기인합니다. 
 
세계 3대 유종인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은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지난 14일 기준 두바이유는 93.45달러, 브렌트유는 94.41달러, WTI는 90.95달러입니다. 3대 유종이 모두 올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올해 5월부터 전력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를 앞지르며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연속 지속하던 역마진 구조를 해소했습니다. 당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인 전기는 132.4원이었습니다.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 단가는 138.8원으로 전력 판매 수입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6월에는 구입단가 129.8원, 판매단가 161.0원으로 단가 차이를 31.2원으로 더 벌렸습니다.
 
그러나 한전이 15일 공개한 '7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구입단가와 판매단가는 각각 158.5원, 165.7원으로 두 단가 차이의 폭이 줄었습니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의 여파가 더해질 경우 한전은 3개월 만에 또다시 역마진 구조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17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류 정산단가는 kWh당 466.7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단가를 보였다. 자료는 한국전력공사 월간실적요약. (그래픽=뉴스토마토)
 
올해 6조3000억원 규모 영업손실 예상
 
앞서 정부는 전기요금을 지난 1분기에 13.1원, 2분기 8원 각각 인상했습니다. 이후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했는데, 이는 한전 적자 해소보다 여름철 국민 '냉방비 폭탄' 부담을 더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오는 4분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을 시기부터 누적돼 온 200조원 이상 규모의 적자 해소에 요금 인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전의 자금줄인 채권 발행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인상론에 더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한전이 쌓아둔 자본금과 적립금은 총 20조9200억원입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 104조6000억원까지 채권 발행이 가능합니다. 8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약 80조원입니다.
 
만약 영업적자로 자본금과 적립금의 손실이 날 경우 추가 한전채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한전의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한전은 올해 6조3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적자 해결 위해 구조조정 후 요금 조정"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전의 부채 문제에 대해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1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전기료를 40% 인상했는데도 유가가 올라가고 환율도 안 좋아 재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요금 인상 문제는 국민 경제에 너무 큰 문제라 복합적·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요금 조정을) 이야기해선 안 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전력의 대규모 누적 적자를 해결하려면 전기요금 조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오는 21일 발표될 예정입니다. 한전은 18일 4분기 전기요금 책정의 기반이 되는 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업부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애초 매 분기 마지막 달의 16일까지 제출해야 하지만, 영업 일수 기준으로 이달에는 18일이 제출 기한입니다.
 
한전이 조정단가를 제출하면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인상 시기와 수준을 검토합니다. 이후 당정 협의를 거쳐 산업부 산하 독립기구인 전기위원회에서 요금 조정이 결정됩니다. 
 
17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류 정산단가는 kWh당 466.7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단가를 보였다. 사진은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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