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한 성장세 둔화는 우려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글로벌 경쟁 구도와 치솟는 국제유가 여파까지 가중되면서 '불안한 호황'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줄곧 우상향하던 자동차 수출이 국제유가 상승 시점과 맞물려 2개월 연속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금리동결 전망에 따른 미국 시장의 자동차 수요 위축과 중국의 '자국 중심' 전기차 생태계 육성 분위기까지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자동차산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2억99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8.7% 급증했습니다. 이는 역대 8월 중 최고 실적입니다.
이 중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8% 폭증하는 등 자동차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서 국내 자동차 수출 1위 기업인 현대차의 노사 임단협 파업리스크를 우려했지만 분규 없는 임금 교섭으로 마무리되면서 생산 차질은 겪지 않았습니다.
올해 생산된 차량은 총 286만2627대입니다. 이 중 116만470대가 국내에서 팔리고, 185만380대가 수출됐습니다.
그러나 월별 수출액으로 보면 지난 6월부터 2개월 연속 5~10%대의 증가폭 둔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62억3000만달러였던 수출액은 7월 59억달러로 5.3% 감소했습니다. 이후 8월 수출액은 10.4%로 증가폭 둔화가 더욱 커졌습니다.
문제는 한국 자동차 수출액 전체의 49.1%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불안전성입니다.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고 꾸준히 둔화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월 기준 3.7%로 전달 3.1%보다 0.6% 상승했습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6%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자동차 수출액이 총 52억99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자료는 자동차 및 친환경차 수출량, 수출액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 시장의 금리 불안 요인도 한 몫합니다. 금리가 높아질 경우 미국 내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는 등 한국 자동차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연중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매파적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매파적 동결은 국제유가 급등에 기인합니다.
세계 3대 유종인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은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 130만 배럴 규모의 감산 정책을 연말까지 유지한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국제유가는 더 치솟을 전망입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자동차는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어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도 현재 상당히 높아진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원자재 수급 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중국 내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이 본격적인 자국 전기차의 산업 생태계 육성에 돌입하면서 중국 전기차에 반도체와 배터리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현대차·SK 등 국내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기차 생산 공급망 내 모든 부품에 대해 '국내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기아의 전략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여전합니다. 기아는 지난달 전기차 EV5의 디자인을 공개하는 등 중국에서 생산·판매를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0'에 가깝던 중국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포부입니다.
그러나 자국 중심으로 흘러가는 중국 전기차 시장 분위기에 기아자동차의 중국 시장 진출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BYD를 비롯해 아이온, 우링자동차 등 굵직한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움켜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업체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 미국 테슬라와 독일 폭스바겐 정도만 중국 시장 내 상위 1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린 상황입니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시장 이슈 점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자동차 업체 간 경쟁 심화로 허위·비방성 마케팅이 심각해진 상황"이라며 "디플레이션 심화 등 성장 둔화 환경에서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경우 전기차 업체 구조조정 속도가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자동차 수출액이 총 52억99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수출 대기 중인 현대차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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