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네오위즈(095660) 산하 라운드8 스튜디오가 만든 액션 RPG 'P의 거짓'이 게임업계와 게이머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입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을 프랑스 벨 에포크(19세기 말~20세기 초 아름다운 시절)로 옮긴 잔혹극인데요. P의 거짓이 확률형 아이템 장사판인 한국에서 나온 고품질 패키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장르가 매니아 위주로 즐기는 '소울라이크'라는 점에서 향후 대중성·독창성에 대한 시험대가 높아질 전망입니다.
원작 동화 주인공 복장인 개구쟁이 인형 옷을 입은 피노키오가 공중으로 날며 괴물과 싸우고 있다. 개구쟁이 인형 옷은 사전 예약 한정 특전이다. (사진=P의 거짓 실행 화면 캡처)
'소울 제대로 계승' 평가
P의 거짓 출시 첫날인 이달 19일부터 26일까지 게이머들의 여론을 살펴보면, 이 작품은 일본 프롬소프트웨어의 '소울' 시리즈(다크소울 3부작~엘든링) 특유의 조작감과 전투 방식, 사용자 환경(UI)을 제대로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제작진이 '망자(소울 시리즈의 팬을 지칭)'이고 이 게임도 '소울라이크(소울류)' 장르라고 소개해왔습니다. 각종 아이템으로 이야기를 추측해야 하는 기존 소울 시리즈와 달리 서사가 뚜렷한 점도 초보자에겐 동기 부여 요소입니다.
P의 거짓으로 소울류에 입문한 초보자들은 방어가 불리하고 어떻게든 상대에게 파고들어야 승률이 높아지는 보스전, 내가 필살기 쓸 때도 상대가 공격할 수 있다는 점 등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수백 번 죽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인형(AI 로봇)인 피노키오가 필살 기술을 쓸 때, 몸 속의 모터가 '우웅, 위이이잉!' 소리를 내며 적을 파훼할 때의 쾌감이 큽니다. 콘솔로 할 경우 게임패드로 그 진동을 느낄 수 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기존 소울류에 익숙한 망자들은 벌써 3회차, 4회차 게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임 결말이 세 개인 점, 1회차로는 모든 아이템을 얻을 수 없는 구조인 점, 강해진 피노키오로 마음껏 필살기를 쓰고 싶은 욕구 등이 다회차를 유도하는 요소입니다.
세계적인 평가도 나쁘지 않습니다. 26일 기준으로 평론 집계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평론가 평점 80점(대체로 긍정적)에 사용자 점수 8점(1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평가가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 지도 관심사입니다. 네오위즈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48억9300만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하반기 흑자 전환 기대감을 품게 하는 패키지 대작은 'P의 거짓'이 유일합니다.
출시 초반 판매는 순조롭습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는 출시 직후 국내 판매 1위, 세계 판매 6위를 기록하고 '매우 긍정적(85%)' 평가를 받았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선 '국내 탑 10 인기게임' 항목에 들었습니다. 지난주 영국에선 판매 3위를 기록했습니다.
증권가에선 P의 거짓 판매량을 200만장으로 내다봅니다. 대신증권에선 P의 거짓이 지난해 게임스컴 3관왕을 수상했고 6월 데모버전 반응도 긍정적이었지만, 신규 IP(지적재산권)이고 엑스박스에선 정식 구매가 아닌 게임패스로 즐길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예상 판매치를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네오위즈는 "판매량 공개는 어렵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기대했던 흐름대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울의 종가 프롬소프트웨어의 '엘든링' 실행 화면. P의 거짓은 이 회사 소울류 게임의 사용자 환경을 따르고 있다. (사진=엘든링 실행 화면)
더 많은 독창성 과제로
게이머들은 P의 거짓이 첫 국산 소울류이자 콘솔 도전작인 점,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네오위즈를 응원합니다. 특히 망자들은 P의 거짓이 소울류 공식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기존 작품의 전투 방식을 적절히 배합해 재밌다고 평가합니다. 소울에 관심 없던 초보자도 끌어당기는 피노키오 이야기, 성능이 각기 다른 무기의 날과 손잡이를 조합하는 재미, 피노키오 체력을 채워주는 '펄스전지'가 다 떨어졌어도 상대방을 여러번 공격하면 전지 하나를 얻게 되는 점 등이 뚜렷한 차별화 요소입니다.
하지만 모방이 많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반적인 게임성이 소울의 종가 프롬소프트웨어 작품과 너무 똑같아 독창성을 좀 더 키워달라는 주문입니다.
한 망자는 "(프롬소프트웨어의) '블러드 본'을 잘 벤치마킹 했고 거기에 나름대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 소울류에서 불만이었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을 더 직관적으로 했다는 점, 요즘 엄청나게 많은 게임 회사들이 욕먹는 최적화 이슈가 크게 없다는 점 등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엔 게이머들이 국내 게임사가 처음으로 콘솔에 제대로 도전했다는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이해해 줬다"면서도 "이게(기존 소울 게임 모방이) 반복되면 '까방권(까임 방지권·비판에서 자유로울 권리)'을 잃게 될 텐데, 'P의 거짓 2'를 낸다면 얘기가 조금 다를 수 있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망자도 "프롬소프트웨어 작품을 사랑하지만 P의 거짓도 충분히 잘 만들었다"며 "라운드8 스튜디오가 차기작으로 소울라이크를 계속 만들었으면 하는데, 나름의 분위기와 독창성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안 가져와도 될 요소들, 예를 들면 글씨체, 상태창, 문과 상자를 여는 움직임 등 까지 다 가져온 건 소비자에게 '그냥 소울이야'라고 어필하는 전략 같다"며 "자신들의 게임은 이런 걸 그대로 가져온 소울 게임이라는 전제 하에 몇 가지 차이점을 두려고 했던 점은 그래도 존중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물론 P의 거짓이 소울류 UI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면 불편한 소울라이크 게임이 됐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피노키오가 '오염된 축제 인도자'를 쓰러뜨리고 무뎌진 칼날을 왼팔에 달린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있다. (사진=P의 거짓 실행 화면)
"게임 판도 뒤집는 게 목표"
게임의 대중성 확보도 과제입니다. 프롬소프트웨어가 지난해 출시한 엘든링이 2000만장 넘게 팔렸지만, 이는 흔한 기록이 아닙니다. 기존 소울 시리즈로 쌓아올린 망자들의 지지와 초보자도 즐길 수 있게 친절해진 게임성, 장엄하고 아름다운 세계 등이 영향을 줬다는 게 게이머들 설명입니다.
이제 네오위즈는 P의 거짓 이후 완성도뿐 아니라 대중성과 독창성을 함께 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네오위즈는 "차기작 장르와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단 P의 거짓 DLC(내려받는 추가 콘텐츠) 출시에 집중하려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네오위즈는 'P의 거짓 DLC 퀘스트 기획자(경력직)' 공고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 게임을 만들어 게임의 판도를 뒤집는 것, 그것이 네오위즈의 목표"라고 회사를 소개했습니다. 네오위즈는 P의 거짓으로 그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네오위즈를 알게 된 전세계 게이머들이 P의 거짓 이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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