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김유진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성장률 2.2% 조정 전망치를 두고 '한국보다 잘 나가는 국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경기 비관론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1%대 성장률에 이어 내년 2%대 성장률도 답보할 수 없다는 부정적 전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18일 국내외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지는 건 올해 전망을 포함해 심각한 흉작을 겪은 1956년(0.6%)과 2차 석유 파동 당시인 1980년(-1.6%),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19 사태(-0.7%) 등 총 6차례에 달합니다.
18일 국내외 주요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 내년은 2% 초반에 그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표는 기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표=뉴스토마토)
최근 기관별 성장률 전망을 보면 정부(1.4%)를 비롯해 한국은행(1.4%), 한국개발연구원(KDI·1.5%), 국회 예산정책처(1.1%) 모두 1% 초반대 경제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해외 기관들 역시 암울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IMF(1.40%), 국제협력개발기구(OECD·1.50%), 아시아개발은행(ADB·1.3%),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1.0%) 등은 1%대 수정 전망치를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당시의 2.3%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2%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로 지난 전망(2.3%)보다 0.3%포인트 낮춰 잡았습니다. IMF 역시 지난 7월에 제시한 전망치인 2.4%보다 0.2%포인트 낮은 2.2%를 전망했고 피치는 지난 3월 전망치(2.7%)보다 0.6%포인트 낮은 2.1%로 내렸습니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정치 발표를 앞둔 가운데 2023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와 감만(위) 부두 야적장.(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정치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 경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미래 우리 경제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입니다. 앞서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 3.1~3.2%, 2016~2020년 2.5~2.7%, 2019~2020년 2.2% 내외, 2021~2022년 2.0% 내외로 꾸준한 하향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이) 기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잠재성장률이라는 게 결국 노동생산성인데, 고령화·저출산 등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 생산성 둔화 문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탓에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려 꺼져가는 경제성장 엔진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국가 예산 및 재정 관련 시민단체인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정부 지출 감소가 경제 위기의 진앙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라살림 연구소가 지난 2008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민간소비 및 민간투자, 정부소비 및 정부투자 등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비·투자·수출은 전기 대비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5년 만으로 이같은 트리플 위기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지출 감소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입니다.
정창수 소장은 "2분기 트리플 위기는 민간소비·투자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소비(-2.1%), 정부투자(-1.3%) 감소로 발생한 정부발 위기"라며 "정부재정 원칙은 민간소비 및 민간투자 감소 시에는 정부 소비 및 정부투자 증대를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조용훈·김유진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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