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 지표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입니다. 집권 여당, 민심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경제 정책 실패로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며 우리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란 경제 침체 등 민간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보면 위 문장들이 적절히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 내용은 최근 나온 발언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첫 문장은 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이던 2019년 8월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의 일부입니다. 다음 문장은 국민의힘이 미래통합당이던 2020년 2월 당시 원내대표가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일부입니다. 마지막 문장은 2021년 9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낸 보도자료 중 일부입니다.
당시 야당으로서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비판이 현 상황에도 맞아떨어질 정도로 지금 경제 지표는 참으로 어둡습니다. 정부도 우리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힐 정도 현 상황은 위기에 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수출이 계속해서 부진해지자 내수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하락이 결정적입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습니다. 다른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인데도 지난해 12월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을 올릴 만한 요인이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우리나라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사흘 동안 한국 연례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무디스는 이번 연례협의 결과를 반영해 상반기 중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디스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세 번째로 높은 'Aa2'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 중 일부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과 우리의 경제 지표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로서는 예상에 불과합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건전 재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합니다. 야당 시절 민간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국민 세금을 투입하라고 요구했던 정부가 말입니다.
반대로 정부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늘리고 법인세도 줄이는 방안을 계속 추진 중입니다. 물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려할 만한 방안입니다. 그렇지만 세액공제의 효과를 따져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대규모 감세가 재정 건전성과 모순된다는 시민사회와 학계의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 이제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에 따라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아직 그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회 구성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거기에 경기 침체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다시 강조하고자 합니다.
정해훈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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