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보도전문채널 YTN 인수전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등을 주요 검토 사항으로 삼아 최종 승인 심사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준공영방송이라 불리는 YTN의 임박한 사영화(私營化)에 여전히 많은 우려가 뒤따릅니다.
YTN 사옥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21일 YTN의 최대주주인 한전KDN과 한국 마사회는 보유주식 1300만 주(30.95%) 전량을 일괄 매각하겠다고 공고했습니다. 오는 20일까지 입찰 참가신청서를 제출한 자를 대상으로 입찰 자격이 검토되며 23일 최종 낙찰자가 결정됩니다.
낙찰자가 결정되면 한전KDN과 한국 마사회 이사회의 의결 과정 후 계약이 체결되는데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 최종 인수자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번 YTN의 공적 지분 매각 과정을 두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PP)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매우 중요한데, '공기관 자산 효율화'를 명분으로 밀도 있는 숙의 과정 없이 진행돼 공적 지분 매각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는 지난 9월 성명을 통해 "공적 차원인 보도전문채널을 민영화하는 데 그 어떤 사회적 논의도 없었다"라며 "내년 4월 총선 전 반드시 끝내야 할 언론장악, YTN 무력화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한전KDN 본사에서 지분 매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사영화' 임박한 YTN…사기업의 ‘여론 독과점’ 우려도
YTN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인 라디오(37.08%)와 DMB(28.52%)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YTN 지분이 매각될 경우 사기업이 손쉽게 지상파까지 보유하게 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법은 대기업의 영향력 집중을 방지하고 일간신문·뉴스통신의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취지로 방송사업자의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등 엄격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이들은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종편이나 YTN과 같은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해서는 지상파사업자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별다른 법적 규정은 없습니다. PP는 지상파사업자 소유와 관련해 방송법 제8조 제2항에 명기된 지분 40% 초과 보유 불가 항목만 적용받습니다.
현재까지는 YTN을 포함한 보도 PP와 종편 모두 일간신문·뉴스통신·공기업 소유라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요. YTN의 공적 지분이 사기업에 매각되면 보도 PP와 지상파 등 두 개의 채널이 통으로 넘어가게 돼 '여론 독과점'의 우려가 나옵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YTN의 역사성이나 소유구조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정치·경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방송의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진 방송인데 그런 사회적 자원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에게 넘기는 '사영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YTN과 같이 공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방송사가 특정한 힘을 가진 권력이나 경제권력 또는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방송사에 넘어감으로써 여러 독과점을 막기 위해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소유 지분 제한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어기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라며 "종편 등 PP가 지상파를 소유하는 데 법적 제한이 없다면 여론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기에 법 취지에 맞춰서 개정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고 덧붙였습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입법 미비에 따른 여론 독과점 우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른 사업자들 간의 형평성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YTN 매각과 관련 사기업의 지상파 소유 이슈'에 대해 "현재로서는 맞다 아니다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리매각' 이슈도 솔솔…가능성은?
YTN 지분 매각 과정에서 지상파를 따로 떼어 내는 분리매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언론 등을 통해 인수 희망자로 거론되는 몇몇 기업들이 YTN 인수 시 방송법에 저촉되기에 지상파 방송권을 반납하거나 분리매각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여권이 줄곧 YTN 라디오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해 온 만큼 기존 보수 성향 매체들이 나눠서 소유를 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매도자인 한전KDN과 한국 마사회가 공고를 통해 '매각대상 자산 전량 일괄매각' 방침을 밝힌 만큼 일단 계열사의 사전 분리 매각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매각이 지분의 거래일 뿐이기에 사업체를 매각하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최다액 출자자 등 변경 승인 심사' 과정에서 지상파를 매각하라는 단서 규정이 붙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결국 방통위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릴 전망인데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일단 방통위는 18일 YTN 매각 심사와 관련해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과 재정적 능력', '시청자 권익보호', '대기업·방송사·외국인의 방송사 소유 규제 등 법적 사항' 등을 주요 사항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방통위는 YTN이 현재 지상파방송사인 YTN라디오와 DMB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 소유규제 위반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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