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잇따른 고위공직자 탄핵 시도와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탄핵은 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절차인 것은 맞지만, 그 대상이나 사유 그리고 시점 등으로 인해 받는 의심인데요.
탄핵이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를 막기 위해 탄핵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파급력 대비 포괄적인 탄핵 사유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직무상 중대한 위법을 저질렀을 때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헌법은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을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대통령도 파면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파급력에 비해 탄핵 제도에 대한 규정은 지나치게 포괄적입니다.
헌법재판소가 2001년 발간한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연구논문(이승우, 정만희, 음선필)에 따르면, 탄핵 사유의 유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수시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정국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탄핵 사유는 헌재의 몇 차례 탄핵심판을 통해 판례가 자리 잡았습니다.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배 행위가 있느냐(헌재 2004. 5.14. 선고, 2004헌나1 결정)입니다.
이 ‘중대성’을 근거로 헌재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파면하고, 이태원참사 책임 등으로 탄핵 심판을 받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는 파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정치적 악용’ 막으려면
때문에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탄핵제도의 주요 쟁점과 입법개선방안’(김선화)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 시 ‘중대성’에 해당하는 탄핵 사유인지를 고려를 할 수 있도록 법률에 보다 상세하게 예시 규정을 두는 입법적 개선을 제언합니다.
아울러 탄핵소추 의결만으로도 공직자의 권한이 정지되는 만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힙니다. 다만 조사 절차를 의무화할 경우 고의로 지연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반드시 조사기간 시한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정치적 악용’을 막기 위해 탄핵소추 시효를 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습니다. 독일의 경우 탄핵 사유를 알게된 때로부터 세 달 안에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연방법관에 대해서는 ‘위반을 범했다고 주장된 재판절차의 확정력 있는 종결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후에는 소추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아니하며, 이를 제외하고는 위반을 한 때로부터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소추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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