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미중, 전술적 일시 휴전에도…더 꼬인 북핵 실타래"
"일방적 북한 억제 환상에 불과…한미일 안보협력 지속성 의문"
2023-11-19 13:00:00 2023-11-19 13:00:00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최수빈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술적 일시 휴전'에 나섰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실타래는 한층 더 꼬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미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후순위로 두면서 북핵을 둘러싼 함수는 고차방정식으로 격상할 전망입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국 역할론'을 기대하기보다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19일 <뉴스토마토>는 4인의 외교 전문가에게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APEC 정상회의 이후 외교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구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김종대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가나다 순)이 본지 '긴급진단'에 참여했습니다.
 
①"북러 사이 '중국 역할론'?…기대 불가"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원론적 수준의 논의에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현안과 대만 문제에 집중 돼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며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 명분을 미국과의 대치 상황에 근거, 미국 측에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5월 중국이 윤석열정부에게 밝힌 '4대 불가' 방침 중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라는 부분이 유효한 것"이라며 "미중 정상회담 결과, 미중은 이제 (한반도에 대해)관리 모드로 들어갔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개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소장은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중 관계는 전략적으로 조정된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잠시 이해관계가 맞은 것뿐"이라며 "북러 관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양보를 할 수 있느냐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인데, 미중 정상회담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며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거론한 것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아닌 북한과의 수교·평화협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②"대북 확장억제, 지속 가능성 의문"
 
윤석열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왔습니다. 김 교수는 "일방적으로 우리가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며 "안보라는 것은 상대적 가치로 평가해야 하는 것으로, 북한의 전략·전술 무기가 폭발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억제보다는 균형이 맞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소장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확장억제 효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 역시 지속 가능한 형태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그간 한미 연합훈련이 없어서 북한이 핵실험을 6차례나 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의 무기 시장을 확장하는 효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③"9·19 합의 폐기 땐 북 의도적 도발"
 
고 전 원장은 "남북한 합의 내용을 우리 정부가 먼저 효력 정지하거나 파기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남북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문화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되고 나면 북한의 무인기가 출몰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북방한계선(NLL)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으며, 전략 핵미사일의 아래 단위의 무기체계에 대한 위협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소장은 "9·19 군사합의 폐기에 대해 북한이 대한민국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더 도발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남북한 경쟁이 가시화된다"고 밝혔습니다.
 
정 전 장관은 "9·19 군사합의가 불편했던 것은 미국인데, 주한미군 입장에서 볼 때 9·19 군사합의는 북한 견제보다는 중국 견제 수단이 막혔던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 군사 압박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④"북러 기술 전수, 북한식 '킬체인' 출현"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을 전수하게 되면 한반도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고 전 원장은 "북러 사이의 군사·경제적 유대가 강화되고 협력이 상당히 긴밀해지고 있다"며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북미 대결 등에 대한 장기적 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러 사이의 무기 거래와 기술 전수는 중요한 지정학적 변수"라며 "특히 정찰위성에 대한 기술 전수는 이른바 북한식 '킬체인'이 출현할 수 있는 상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러시아의 기술 전수는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 강화와 연결된다"며 "아직까지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은데, 자칫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 기술이 넘어간다면 대북·북핵 정책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최수빈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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