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최근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줄줄이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처벌 기준 등을 담은 양육비이행법 시행이 2년6개월을 맞았지만, 아직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3건 판결 모두 집행유예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양육비 미지급 관련 첫 형사재판 판결은 집행유예였습니다. 이달 수원과 대구지방법원에서도 똑같은 판결이 이어졌습니다. 첫 판결부터 가장 최근 판결까지 3건이 모두 집행유예입니다.
지난 20일에는 인천지방법원에서도 밀린 양육비와 관련해 형사재판이 열렸습니다. 이혼 후 10년 동안 두 자녀의 양육비 9600만원을 미지급한 친부 A씨에 대한 재판인데요. 법원은 A씨에 대한 양형조사와 보호관찰 후 향후 재판 일정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집행유예가 나왔던 재판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이는 다음 재판 전까지 A씨가 밀린 양육비를 얼마나 해결했는지에 따라 양형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A씨가 미지급한 양육비가 1억에 가까운 큰 금액인데다 미지급 기간도 10여년으로 길다는 점에서 이전 판결 보다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미지급 금액이 많은데 극히 일부만 지급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피해자들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형사재판도 속수무책"이라며 "또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양육비 이행법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처벌 이후에도 미지급이면 다시 소송해야
그러나 처벌 이후에도 지급을 미룬다면, 피해자는 이를 받기 위해 또 다시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처벌과 양육비 지급은 별도의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 또한 수년간의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한 양육비 지급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듭니다.
현행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나와있습니다. 이러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처벌을 받아도 채권은 남아있기 때문에 양육비 지급은 별도로 해야 합니다.
남성욱 법무법인 진성 대표변호사는 "예전과 달리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판결을 위한 양형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며 "미지급자가 직업이 없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양육비를 못주는 상황 등도 고려를 해야겠지만 실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양육비를 지급하기 위한 행위가 이전보다는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2020년 7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양육비 미지급 아동학대 고소 8차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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