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형사 재판이 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해당 재판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있을 양육비 관련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노민식 판사 심리로 지난 11일 열린 A씨의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감치명령을 받은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양육비를 미지급했다"며 징역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A씨는 2017년 아내 B씨와 이혼한 뒤 최근까지 자녀 3명에게 한 명당 매달 30만원씩 지급해야 할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두 차례 이행 명령 소송을 거쳐 A씨 예금 등 압류를 진행했지만 양육비 미지급이 이어지자 올해 4월 A씨를 고소했습니다.
A씨는 이날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다만 최후진술에서 "사업 실패 등으로 채무를 불이행하게 된 것이지 자녀를 저버릴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지급 사정 고려된다면 형사처벌 무리
2021년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지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번에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인지 또는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지급할 수 없는 것인지 입증하기 어렵고, 사정이 있던 점이 고려된다면 이를 형사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관건은 법원이 '나쁜 아빠'와 '가난한 아빠'의 기준을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입니다.
고의성 여부가 실형 여부를 가늠짓는 잣대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충분히 양육비를 지급할 능력이 있지만 주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 여러 사정에 따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인지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문건일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위해선 미이행에 대한 고의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고의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능력이 되는데 지급을 안했다면 고의가 인정되겠지만 정말 사정이 있는 경우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검찰이 양육비 관련 재판에서 징역형을 구형하는 경우가 적은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구형이 갖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검찰이 징역형까지 구형한 것은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보다는 아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실제로 의무를 할 수 있음에도 안 했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며 "국민이 양육비 미지급은 아이들에게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재판부가 잘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8일 진행됩니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 2020년7월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양육비 미지급 아동학대 고소 8차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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