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지역구 예비후보자 등록이 12일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여야가 비례제뿐 아니라 선거구 획정 등 '게임의 룰'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앞서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했지만, 여야의 첨예한 이견 탓에 내년 총선이 임박해서야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문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치 신인 예비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해야 할 지역을 정확히 알 수 없어 현역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비해 불리한 '핸디캡'을 안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되풀이되는 정치권의 악습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 신인과 유권자들에게 되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룰' 못 정한 채…총선 레이스 시작
제22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과 비례대표 선거제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루 앞둔 11일까지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선거 룰도 정하지 못한 채 22대 총선을 120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는 셈인데요. 예비후보자는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사무 관계자를 선임해 공직선거법상 허용된 범위 안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후원회를 통해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당분간 '온전한 선거운동'은 어려울 전망인데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초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인 지난 4월10일까지 선거구 획정 작업을 끝냈어야 했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법정시한 이후 8개월이 지나도록 위법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거구획정위는 여야 간 선거제 개편 협상에 진척이 없자 지난 5일 지역구 선거구 수를 현행대로 253개로 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과 경기에서 각 1석 늘어난 새 획정안에 대해 여야는 유불리를 놓고 충돌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종 선거구 획정안은 내년 총선 직전에야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비례대표 선거제도 '하세월'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제 비례대표제'를 폐기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입장입니다. 민주당도 연일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띄우고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병립형 방식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접목한 '권역별 병립형'에 짬짜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결국 소수 정당의 진출을 확대하는 정치적 다양성은 실종되고 거대 양당의 정치 퇴행만 가속화하는 모습인데요.
실제 지난달 21일 한국선거학회장인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하에서 21대 총선 정당 득표율을 반영한 결과,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은 실제 의석수보다 2석 줄어든 17석이었고, 더불어시민당(민주당의 위성정당) 17석, 정의당 5석, 열린민주당 3석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국민의당과 민생당만 남부권에서 각각 1석씩 늘어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4년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유권자 참정권 침해"
예비후보자 등록일에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 신인들이 받고 있습니다. 통상 선거구 획정 지연은 현역 의원보다 인지도가 뒤처질 수밖에 없는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데요.
자신이 어느 선거구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정견과 공약을 알리는 기회를 제한받을 수밖에 없고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선거구가 획정될 경우에는 새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 현역 의원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역 의원들과 달리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 신인들 사이에선 예비 후보 등록 전에는 선거사무소를 차리거나 얼굴과 이름이 적힌 선거홍보용 현수막을 내걸 수 없는 등 운신이 폭이 좁아져 불이익이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에는 선거일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긴 3월6일에야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바 있습니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를 37일, 18대 47일, 19대 44일, 20대 42일을 각각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습니다.
결국 국회의 되풀이되는 악습으로 선거일이 임박해서야 후보를 알게 되는 유권자들의 불편만 커지게 되는 셈인데요. 때문에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인해 예비후보자의 권리는 물론이고, 헌법상 국민에게 부여된 신성한 선거권의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예비후보자 등록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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