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돌려막기)③또 '땜질식 처방'…"일종의 편법"
정부, 세수 결손 대응…2년째 '기금 돌려막기'
공자·외평·주택 기금 총동원…최대 16조 '영끌'
"기금은 기금 운용에 맞게 써야…국채 발행 해야"
2024-11-21 16:50:00 2024-11-21 19:12:26
 
 
[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정부가 지난달 한 달여 만에 내놓은 '세수 재추계 대응 방안'은 나랏빚이 늘어나는 국채 발행 대신 '기금 돌려막기'로 메우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약 30조원에 달하는 올해 세수 결손분을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 각종 기금에서 최대 16조원을 가져다 쓰겠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2년 연속 '기금 돌려막기'를 반복하는 데다 감세 기조 등 근본적인 방안 없이 또다시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0조 '세수 펑크'…'쌈짓돈' 된 기금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채 추가 발행 없이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 내 가용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분 29조6000억원을 메우기 위해 14조~16조원 규모의 기금·특별회계 여유 자금을 투입할 예정인데요. 구체적으로 △외국환평형기금 4조~6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4조원 △주택도시기금 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 3000억원 등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로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6조 5000억원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을 쓰지 않는 통상적 불용을 통해서도 7조~9조원을 아끼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가용 재원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국채 추가 발행이 미래 세대 부담으로 이어지는 데다 대외 신인도, 물가와 금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정부 내 가용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며 "국가채무를 늘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기금 돌려막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기금의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령 정부는 지난해에도 약 20조원의 외평기금을 투입해 세수 부족분을 메웠는데, '외환시장의 안정성 확보'라는 외평기금의 본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면서 기금 조성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청약통장 납입액을 재원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 활용 역시 최근 주택청약 가입자가 줄어들고 해지는 증가해 기금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수 보전을 위한 동원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재정 붕괴…감세 조치 등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 방안에 '땜질식 처방'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가 감세 기조 등 근본적인 문제에는 눈을 감고, 손쉬운 임시 방편책만 쓴다는 지적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금을 활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론 괜찮지만, 이것을 계속해서 써서 문제다. 일종의 편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수 결손을 해결하는 방안은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 결국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건전재정 강조할 것이 아니라,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재정을 투입하고 내수가 살아나면 돈이 돌고 세수가 충족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초 자산을 뽑아서 재정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재정 붕괴"라며 "법적으로 기금운용금을 약 20% 써도 된다고 하나, 그것은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빠르게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지 마구 쓰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조세구조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감세 조치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원래 세금이 덜 갇히면 국채를 발행하는 게 맞는데, 건전재정 강조하느라 국채 발행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천소라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몇 년 동안 세수 결손이 나고 있는데, 정부가 미리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것이 없다"며 "기금을 끌어다 쓰면 정부가 대외적 요인이 발생했을 때 대응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금은 기금 운용에 맞게 써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재정이 늘어야 하는데, 감세 기조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경기 전망 등에 대해 정확도를 높인다면 세수 결손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가운데)이 지난 9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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