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잇따라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판결에도 실제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판단에 "극히 유감스럽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쾌함을 표했습니다.
재판부 "한일협정, 개인 손배권 소멸안돼"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5일 고 김옥순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강제동원자 5명과 유족들이 일본 주식회사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5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한일 간 청구권협정 체결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며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존재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날 유사한 쟁점의 사건 2건도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3건 모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후지코시의 책임을 묻는 소송입니다.
이에 따라 후지코시는 피해자들에게 1인당 8000만원∼1억원씩, 총 2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을 낸 원고는 41명, 그중 직접 피해를 당한 이는 23명입니다. 피해자 중 현재 8명만 생존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1944년∼1945년 후지코시가 운영한 도야마 공장에 동원돼 강제노동한 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제기했습다. 당시 12∼18세였던 피해자들은 도야마 공장에서 군대식 훈련과 매일 하루 10∼12시간의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일본정부까지 완강히 반발…배상금 지급은 '제3자 변제'
대법원은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계속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부터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연이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번 판결은 지난달부터 이어진 복수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측은 '제3자 변제'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윤 정부가 지난해 3월6일 타결한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외교적 해결안으로, 한일기본조약 청구권자금의 수혜를 받은 한국기업들이 제3자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식입니다.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더해 피고 측인 일본 기업마저도 배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유족이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입니다.
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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