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거부권' 유력에 유가족들 '피눈물'
30일 국무회의 '거부권' 주목
참사 현장에 선 유가족 '눈물'
이태원부터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
2024-01-29 16:53:55 2024-01-29 17:44:37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모였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자리입니다.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30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거부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29일 아침 일찍부터 모인 유가족들은 먹색의 방진복을 입고, 그 위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라 적힌 보라색 조끼를 입었습니다. 목장갑까지 착용한 유가족들은 오체투지 진행에 앞서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기 전 거센 바람이 불며 유가족들이 준비한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자 한 유가족은 "왜 갑자기 바람이 부느냐. 영혼들이 노여워하는 것인가"라고 긴 숨을 내쉬었습니다.
 
고 이주영 양의 아버지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어른들의 어리석음과 욕심으로 그 젊음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억울한 한을 풀어주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 참담한 현실에, 찢어지도록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통곡한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어 "마땅히 함께하고 있어야 할 자식들을 잃었고,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면서 "괴로움에 미쳐버릴 것 같은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외면하지 말고 귀를 기울여 주고,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회견에는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남녀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 정교인사들도 함께 했습니다. 오체투지에는 유족 70명, 종교 시민사회계 30명 등 총 100명이 참여했습니다.
 
29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기자)
 
찬 바닥에 온몸 기대…오체투지 진행
 
유가족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사고 현장에서 잠시 묵념을 가진 뒤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1.4㎞ 구간을 2시간가량 오체투지하며 행진했습니다. 오체투지에 앞서 참사 현장을 보며 잠시 묵념을 하는 유가족들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흘렀습니다. 
 
오체투지는 불교에서 절하는 법의 하나로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차가운 바닥에 온몸과 머리를 닿도록 절을 하는 유가족들은 오로지 특별법 통과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겠다 밝힌 유가족 지원 등에 대해서는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유가족들은 "마치 유가족들이 보상을 바라는 생각을 하는냥 보상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가족들은 결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자 처벌과 내 자식이 다시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생명안전사회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전날인 28일에도 특별법 통과 촉구를 위한 159배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태원 특별법에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며 윤석열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기 때문입니다.
 
30일 국무회의에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의결되면 윤대통령이 이를 재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반발을 감안해 추모 공간 마련 등 별도의 지원책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부권을 거부…"특별법 공포 서둘러야"
 
그러나 유가족들은 지원보다도 특별법의 빠른 공포만을 원한다고 말합니다.
 
고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씨는 "국무회의에 임박한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할 거라는 보도가 이어지는데, 유가족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기 위해 159명의 희생자들이 눕혀져 있던 이 찬 아스팔트에 두 무릎과 팔꿈치, 이마를 찧으며 오체투지로 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움직임이 일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조속히 공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독립적인 조사기구에 의한 참사 진상규명과 구체적인 피해자 권리 보장,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에 필요한 절차가 하루빨리 진행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국가인권사회가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 및 피해자 권리 보호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취할 조치와 이행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4대 종교인들이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특별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며 대통령실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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