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정부가 올해 수출액을 역대 최고액인 7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반도체 회복세·친환경차 수출 등이 올해 수출액 상승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미 대선·보호무역주의 등 리스크가 복병처럼 남아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대선 관련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민관일체, 산업계와 정부가 2인3각으로 이겨 나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2024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수출 7000억달러, 외국인 투자 유치 350억달러, 민간투자 150조 달성 목표를 밝혔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우리 산업부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을 결집해 과감한 목표를 잡고 있다"며 "올해 수출액은 7000억달러로,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수출액) 5~6위 정도로 발돋움하고자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수출 7000억달러, 외국인 투자 유치 350억달러, 민간투자 150조를 목표로 설정했다. 표는 올해 수출 전략품목 및 전략시장(예시). (표=뉴스토마토)
150조원 민간투자 지원
산업부는 올해 핵심 추진 과제로 '역대 최고 수출액인 7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수출액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22년으로 6836억달러입니다. 이를 넘어선 7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을 위해 타겟 시장별 신성장동력 수출을 지원합니다. 글로벌 4대 핵심 트렌드(공급망·디지털·탄소중립·인구구조)에 맞춰 30대 전략 품목, 10대 전략 시장도 선정했습니다. 북미 지역은 전기차·반도체 중심으로 현지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유럽연합(EU) 지역은 배터리 공급망 대응 센터를 신설합니다. 중국은 프리미엄 소비재·친환경 시장 진출, 아세안 전후방 산업 연계 강화 등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금융·마케팅·인증 등 수출기업 3대 애로 해소를 위해서는 250조원의 무역보험을 제공합니다. 수출 바우처는 2배 규모로 확대하고 국내 시험 인증비용도 최대 20%까지 인하합니다.
첨단산업 중심으로 총 1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금융(14조7000억원) 공급,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연장, 첨단산업 킬러규제 철폐 등의 패키지를 지원합니다. 첨단산업·공급망 분야 외국인 투자에 최대 50%까지 투자 인센티브도 제공합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초격차 역량을 속도감 있게 확보하기 위해 혁신 생태계 조성에도 나섭니다. 시스템 반도체 검증센터를 구축하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도 신규 지정합니다. 또 인공지능(AI) 자율 제조도 추진합니다. 상반기에는 자동차와 조선 등을 중심으로 'AI 자율 제조 마스터 플랜'을 수립합니다.
민간의 단독투자가 어려운 40대 초격차 프로젝트에 신규 연구개발 예산을 70% 이상 투입하고, 파급 효과가 큰 10대 게임체인저 기술도 본격 개발합니다.
글로벌 리스크는 '복병'
하지만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여러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올해 정부가 수출액 최고치인 70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선언했지만, 대외 리스크로 목표 달성까지는 험로가 예상됩니다.
최근 주요국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규제조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이 통보한 무역기술장벽 건수는 사상 최초 4000건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 오른 미국(454건)의 통보문이 많았고, 무역기술장벽 애로가 가장 많은 인도는 지난해 대비 10배(10건→113건)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 무역협회가 발간한 '공화당과 트럼프의 통상 분야 공약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등 녹색 보조금의 철회도 고려하고 있어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한국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덕근 장관은 "내부적으로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었을 때 기업이 얼마만큼 적응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여러 시나리오를 펼치고 기업들과 소통 중이며,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2인 3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203건의 규제 중 20%(39건)가 화학제품에 대한 규제였습니다.
이날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공급과잉, 고유가 지속 등으로 경영여건이 올해도 지속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업계 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현안 대응, 나프타 관세면제 연장, 친환경 전환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습니다.
노건기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올해 신설한 '통상지원카라반'을 운영해 현장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국내 기업이 당면한 통상애로를 신속하게 해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수출 7000억달러, 외국인 투자 유치 350억달러, 민간투자 150조를 목표로 설정했다. 사진은 컨테이너 박스들. (사진=뉴시스)
방산수출 4대강국 흔들리나
2027년까지 '방산수출 4대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정부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 정부는 우리나라와의 대규모 무기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계약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폴란드와의 계약 철회 시 향후 유럽 방산수출 교두부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K-방산기업 전체에 커다란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K-방산 수출금융 주요 이슈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폴란드와의 무기계약에 차질이 생기면 정부 국정과제인 '글로벌 방산수출 4대 강국' 진입에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지만,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기존 방산수출강국의 적극적인 수출금융지원에 밀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찍이 방산수출에 특화한 금융지원 체계를 운영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수출은행법 신속 개정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K-방산 수출금융지원제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장원준 산업연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국회 계류 중인 수은법의 신속한 개정 여부가 최대 300억 달러 폴란드 2차 이행계약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향후 K-방산 수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수출금융 지원시스템 구축, 수출금융창구 단일화, 한국형 방산수출차관(K-FMF) 제도 도입 등 선진국 수준의 수출금융제도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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