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기업 울리는 '알박기'…기획부동산 등 탈루자 줄줄이 '겨냥'
부동산 탈루 혐의자 96명 '세무조사'
개발 가능성 없는 땅 쪼개 팔아
'알박기' 후 시행업체에 명도비 받고 소득 신고 안 해
2024-03-13 15:42:25 2024-03-13 15:55:19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 A씨는 특정 지역이 개발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가치가 없는 주택가 이면도로를 사들였습니다. 이후 이면도로를 팔지 않고 버티는 '알박기' 수법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의 개발 사업을 늦췄습니다. A씨는 개발업체로부터 취득가액의 15배에 달하는 수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이를 편법으로 수령했습니다.
 
# 기획부동산 임원인 B씨는 농지를 취득한 후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취득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수백 명에게 지분을 쪼갰습니다. 양수인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60세 이상 고령자였습니다. B씨는 양도차익의 84%를 분양대행수수료로 기획부동산 법인에 지급하고, 법인은 허위 인건비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했습니다. 
 
과세당국이 개발을 앞둔 땅을 먼저 매입한 뒤 고가로 되파는 일명 '알박기' 사례 등 부동산 거래 탈루에 대한 조준합니다.
 
국세청은 알박기 수법 등을 이용해 부동산 거래에서 탈루한 혐의를 받는 96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국세청 조사 내용을 보면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진 유형별 혐의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우선 개발 가능성이 없는 땅을 지분으로 쪼개 팔며 텔레마케터 등을 동원해 투자를 유도한 기획부동산 혐의자 23명이 확인됐습니다.
 
재개발 예정 지역에서 주택·토지 등을 취득하고 알박기를 통해 시행사에게 명도비 등을 지급받고도 양도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23명도 덜미를 잡혔습니다. 
 
재개발 지역에서 무허가 건물을 투기하면서도 미등기 상태를 악용해 양도차익을 신고하지 않거나, 취득 자금이 불분명함 혐의자 32명도 파악됐습니다. 부동산 거래 시 부실법인 또는 무자력자를 끼워 넣고 저가에 양도한 후, 짧은 기간 내 실제 양수자에게 고가에 재양도해 양도소득세를 회피한 혐의자 18명도 베일이 드러났습니다.
 
한지웅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특이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탈루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세무조사 등을 거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획부동산은 확정 전 보전 압류 및 현금징수를 통해 조세채권을 조기 확보하고 조세포탈 혐의 확인 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 조치하겠다.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하고 있는 기획부동산은 금융 조사를 통해 실소유주를 끝까지 추적하여 추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신속히 관련 자료를 공유·협업,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국세청은 알박기 수법 등을 이용해 부동산 거래에서 탈루한 혐의를 받는 96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국세청)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