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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향후 8년간 18조원을 들여 항공기 33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차입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6조원 이상 보유하고 있지만, 향후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후 안정화 자금·운영비 등 변동성 변수가 많아 현금 보유 필요성이 크다. 이에 투자금 일부를 차입 등 외부 자금으로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신형 항공기는 탄소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녹색채권을 통한 조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채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매력도가 높다.
(사진=대한항공)
현금성 자산 많지만…자산 유지 필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2032년까지 신규 항공기 33대를 18조4660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새로 도입되는 항공기는 A350-1000 27대와 A350-900 6대로 구성된다. 대한항공은 교체 연한이 도래한 항공기를 신형 항공기로 교체해 중장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자 금액이 큰 관계로 대한항공이 향후 투자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신형 항공기 도입에 쏟아야 하는 비용은 연평균 2조3000억원 수준이다. 항공기 운용리스 비중이 낮은 대한항공의 특성상 신형 항공기는 직접 구매 혹은 금융리스 방식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자체 보유 현금·회사채 발행 등이 자금 조달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6조1748억원으로 2022년(5조9926억원)보다 3%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현금성 자산이 결코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투자 규모가 18조원 이상인데다 현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굵직한 딜 이후 자금 소요분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 작업 등 굵직한 딜을 앞두고 현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엔진 MRO(유지보수) 투자 확대 등 여러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현금 지출이 앞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1조2790억원이지만 부채총계가 12조2064억원에 달해 향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해 부채를 편입할 경우 이에 대한 이자 비용 등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이자 비용 지출액은 4266억원으로 합병 이후 이 비용은 대한항공이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항공유 등 운영비용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 통상 항공유 비용은 매출원가의 25%가량을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조4087억원을 항공유 비용으로 지출했는데, 전체 매출원가(12조8503억원)의 26.5%를 차지했다. 2022년 항공유 비용이 전체 매출원가에서 차지한 비중은 29.1%에서 감소했지만, 국제 유가 방향에 따라 비중이 언제든 다시 높아질 수 있어 원가 부담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기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감소하고 있고 자본적 지출(CAPEX)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부 차입 등을 통해 항공기 투자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조925억원으로 2022년(5조5724억원)에서 26.6% 감소했다. 항공수요 증가에 따라 대한항공의 인건비가 2022년 2조29억원에서 지난해 2조4297억원으로 21.3% 증가하는 등 비용 증가가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CAPEX는 같은 기간 7618억원에서 1조9085억원으로 1.5배 증가했다. 항공기 투자 외에 모회사 한진칼로부터의 부동산 매입 등으로 CAPEX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부터 투자가 시작되는 MRO 설비는 향후 4년간 총 578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 CAPEX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18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외부 차입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차입으로 투자재원 조달 가능성
보유 현금성자산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대한항공은 향후 막대한 투자재원 일부를 차입금 등으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차입금 조달환경은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항공의 회사채 등급은 BBB+에서 A-등급으로 상승했다. 이에 보다 낮은 차입금 이자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예측에서 7540억원이 몰리며 회사채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아울러 향후 대한항공이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할 가능성도 있다. 녹색채권은 발행회사가 사전에 정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 등을 녹색채권 조달 자금을 통해 달성할 경우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 채권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 B787-10 항공기를 도입할 때 녹색채권을 통해 35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이자율은 2.392~3.672%로 당시 대한항공의 회사채 등급(BBB+)과 동일한 회사채 평균 이자율은 3.15~4.407%였다. 녹색펀드로 자금을 조달해 이자율을 낮출 수 있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도입 예정인 A350-1000은 기존 항공기 대비 연료 효율성이 20%가량 개선된데다 탄소배출량이 기존 항공기보다 25% 적다. 대한항공이 기존 항공기를 퇴역시키고 A350-1000 항공기 등으로 교체할 경우 탄소배출량 감축을 통해 이자율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33대는 대한항공 전체 여객항공기 수(136대)의 24%에 달해 탄소배출량 감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한 녹색채권 발행사례로는 지난해 9월 포스코퓨처엠의 사례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재료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4월 녹색채권 발행으로 시설자금 3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포스코퓨처엠은 정부의 이자 지원 및 이자율 감축 효과를 누린 바 있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투자 내용은 본 계약 체결 이후 결정될 것”이라며 “투자재원 확보 방안으로 다양한 방법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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