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2달째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진료시간을 줄이고 외래진료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근무시간을 크게 줄이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의대 교수들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부산대병원 교수가 사망한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당국에 수련병원의 근로감독 강화와 중대재해법상 안전의무 지도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교수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 해도, 직무상 재해나 중대재해법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의료공백 장기화로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한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과대학 교수들은 근로기준법에 우선해 교육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는 국공립 의대 교수뿐 아니라 국공립 교원의 규정을 준용하게 돼 있는 사립대 의대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의대 교수라고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근로기준법이 규정하는 법정근로시간에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 힘들다”며 “직무상 우선 적용되는 국가공무원법은 최대 근로시간 상한에 대해서 명시적 규정이 없어 노동부의 근로감독 대상으로 보기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의 질병이나 사망의 경우도 업무상 산재로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명확한 근로시간 기준이나 과로에 의한 재해 여부 등을 입증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일단 다른 직종에 비해서 산재 신청건수 자체가 낮다”고 했습니다.
앞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일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과로로 내몰리고 있는 교수들의 장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등 위반 사항에 대한 근로 감독을 강화해달라”며 “수련병원의 경영 책임자에게도 과로사 예방을 위해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도록 지도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의료현장, 중대법 대상으로 보기 힘들어”
의료계는 지난달 24일 부산대병원 40대 교수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서 과로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의대 교수들이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데 대해 근로감독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감독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과로 등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예방 조치는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사는 일반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려운 직종이고, 중대재해법의 경우 아직까지 일반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아 사업자가 처벌 받는 사례도 드물다”며 “의료현장이 중대재해법 기준으로 안전보건 의무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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