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첫 쟁의행위(파업)에 나섰습니다. 오랜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입니다. 1969년 창사 이후 파업 전례가 없습니다.
노조는 그간 평화적인 쟁의행위를 강조한 만큼 공연 등 문화행사로 파업에 나섰지만, 사측은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안전상의 문제로 타워 진입을 통제했습니다.
전삼노는 17일 삼성전자 DSR타워 야외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2월 노사 임금협상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을 거쳐 쟁의권을 법적으로 확보했습니다.
그동안 삼성전자 노조 임원들이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인 적은 있지만, 조합원 수천명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단체행동이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데요. 노조는 다음달 24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삼성의 영향력은 크다. 공장이 멈춘다면, 회사뿐만 아니라 노조, 국민들도 피해를 입는다"며 "노조는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회사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노조를) 파업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7일 열린 전국삼성전자 노조 첫 문화행사 모습. (사진=표진수기자)
이번 집회는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개최됐습니다.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2023년, 2024년 임금교섭을 병합해 10여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사측은 마지막 제시안으로 5.1%의 임금 인상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6.5%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계속됐습니다.
이날 문화행사가 열리기 전부터 노사간 신경전이 시작됐습니다. 애당초 경기도 화성 DSR타워 1층 로비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타워 진입을 차단했습니다.
전삼노 관계자가 "입구를 막은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항의하자 사측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고, 딴 곳에서 하길 바란다. 우린 행사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측 변호사도 "시설관리와 안전 등의 이유로 다른 곳으로 변경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측이 예정된 1000명이 모일 경우, 안전상의 문제와 시설관리의 문제 등으로 노조가 원하는 타워 로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집회 장소를 변경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노조측 변호인은 "예고된 집회 장소를 막는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명백하고, 노동위원회 가서도 충분히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도 "회사에서도 전에 수천명 대상으로 행사를 했는데, 그건 문제가 안되고 우리는 노동조합이라서 문제가 되는가"라고 항의했습니다.
사측은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을 한 뒤 한발 물러섰고, 이후 전삼노는 야외에서 문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앞서 전삼노는 첫 쟁의행위는 문화행사 형태로 평화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고 문화 행사는 무사히 정상적으로 마쳐졌습니다.
한편, 전삼노 추산 이번 행사에 모인 조합원들은 약 2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손 위원장은 "노조 측에서 1500개 가량의 물품을 준비했는데 모두 소진됐다. 받지 못한 조합원들도 상당 수 있었고, 약 2000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짐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이 막혀 있는 모습.(사진=표진수기자)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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