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세 대응 시동…관건은 '역차별 허물기'
주요 샘플 추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 방안 절실
부가가치세 등 세금 부분 강화하는 제도 필요
2024-05-17 15:32:41 2024-05-17 17:13:22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플랫폼들의 발암물질 제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C커머스의 무분별한 공세 이면에는 국내 업체들과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는 역차별 요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요. 일단 업계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C커머스와의 역차별 해소 방안 기틀을 마련한 데 대해 환영하면서도, 추후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품 모니터링을 효율화하고 국내 업체와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국민 건강·안전과 직결된 장난감·생활용품 등은 KC 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해외직구 판매를 금지합니다.
 
(사진=테무 앱 화면 캡처)
 
구체적으로 KC 인증을 받지 않은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완구제품 등 34개 품목, 전기온수매트와 같이 화재와 감전 위험이 있는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이 포함됩니다. 또 가습기용 소독·보존제 등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도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않으면 직구가 금지됩니다.
 
안전인증을 받았다 해도 유해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하는 조처도 함께 시행되는데요.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과 위생용품은 1050종의 사용 금지 원료를 포함했는지 검사하며 이 과정에서 유해성분이 확인된 제품은 국내 반입이 금지됩니다. 
 
이 같은 제도 방안 마련 배경에는 그동안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에서 판매된 제품들이 KC 인증과 같은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가운데 유해물질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진 탓입니다. 앞서 관세청이 C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제품 252종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5%에 이르는 38종의 제품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최대 3026배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알리와 쉬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머리띠 등 장신구 7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한 결과, 알리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머리띠에서 기준치의 270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는데요.
 
특히 어린이용 머리띠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 DBP)가 기준치보다 최대 270배 초과 검출됐으며, 어린이용 시계에서는 DEHP가 기준치 대비 5배에 달했습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로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DEHP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역차별 해소 시발점…추가적 제도 마련 긴요
 
이번 규제 조치로 KC 인증 등 안전 인증이 없는 제품의 해외직구는 다음 달부터 금지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움직임이 역차별 해소의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 테무 때문에 공산품을 취급하는 국내 판매자들을 비롯해 산업계에 굉장히 큰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의) 이번 KC 인증 강화 같은 정책 전개는 기존의 판매자들 및 제조사들에게 역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KC 인증은 판매자 및 제조사는 물론 안전성에 위협을 받는 소비자들까지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커머스 업계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빠르게 마련한 것은 상징성이 있다"며 "문제 인식도 빨랐고 이에 대한 커버 시그널을 확실히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추후 실행에 있어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만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물론, 추가적인 역차별 해소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서 교수는 "앞으로 정책들이 실제로 시행되는 데 있어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실행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 숙제"라며 "엄청난 물량이 쏟아져들어오는 분위 기 속에 정부가 너무 많은 품목에 대해 일일이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품에 대한 전수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주요 샘플을 추출해 이를 정교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 등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종우 교수는  "현재 부가가치세 같은 세금 부분에서 중국 이커머스 업계가 자유로운데 이 부분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충범·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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