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더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지만 제조업 업황의 업종별 희비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가정의 달 특수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두 자릿수 '순풍'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화학, 섬유 등 일부 제조업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선과 기계, 가전, 철강 등의 업종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내달 제조업 업황도 수출을 제외한 내수, 생산의 동반 하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산업경기 전문가들은 기계 업종의 내수·설비투자 감소세와 철강 업종의 비수기 진입, 섬유 업종 소비 부진 장기화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두 자릿수 '순풍'…두 자릿수 '추락'
20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6월 업황 전망 PSI는 114를 기록하는 등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수출 호조세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20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6월 업황 전망 PSI는 114를 기록하는 등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예상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업경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내 주요 업종별 경기 판단·전망을 설문 조사, 정량화한 PSI 산출 범위는 0~200으로 100을 기준해 높을 경우 전월보다 '개선'을 의미합니다. 이에 반해 0에 가까울수록 '악화' 전망을 뜻합니다.
수출은 전월(113)과 비교해 14포인트 오른 125로 기대감이 컸습니다. 반면 내수 지수인 국내시장 판매는 109로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지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생산도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115로 감소세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시장 판매, 생산 모두 기준치인 100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채산성도 7포인트 오른 112를 기록하는 등 5개월 연속 기준치를 상회했습니다. 재고는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108에 머무는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예상했습니다. 투자도 기준치를 넘겼으나 5포인트 하락한 104에 그쳤습니다.
세부 업종별 지표에서는 희비가 더욱 엇갈립니다. 6월 업황 전망 PSI는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업종들이 100을 상당폭 상회합니다. 그러나 기계, 철강 등 업종들은 100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6월 전망을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와 화학 업종은 각각 185, 128로 11포인트, 10포인트 급증했습니다.
지난 4월 기준치를 넘기지 못한 휴대전화 업황은 5월 84 전망치에서 16포인트 급증한 기준치(100)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22포인트 증가한 디스플레이의 경우 내달 6포인트 오름세로 106을 전망했습니다. 수출효자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111로 8포인트 상승 전망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철강은 25포인트 감소한 75로 악화가 예상됩니다. 기계도 12포인트 추락한 94로 기준치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5월(120) 선방한 섬유 업종의 경우는 113으로 7포인트 하락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헬스는 6포인트 하락한 기준치 유지에 머무를 전망입니다.
20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6월 업황 전망 PSI는 114를 기록하는 등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예상했다. (사진=뉴시스)
AI 수요 강세…기계·철강·섬유 등 '흐림'
긍정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반도체 업종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강세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반도체 수요 상승 등 사이클 초기에 진입했다는 평가입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는 TV 패널 선주문 증가와 낮은 재고로 인한 가격 상승이 전망됩니다. 경기지수 등 고려할 때 업황 회복세가 예상되는 품목입니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경우 재고 조정과 교체수요 둔화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가전 업종은 단기적 수요 둔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계부분 중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미국 수출 증대·중국 수출 개선이 예상됩니다. 조선의 경우는 선박 발주량 둔화와 중국 수주 점유율로 업황이 어둡습니다.
기계·철강 업종의 경우는 각각 수출 증가세 둔화와 수요 부진으로 악화가 예상됩니다. 섬유 업종은 중국의 공급과잉분 수출 확대, 원가 부담 가중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제조업 양극화 심화…RE100 대응 절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유망신산업 기술인력 육성과 탄소중립 시대에 맞춘 성장 전략이 시급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6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공급망 강화 전략'을 통해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기업이 전력을 직접 구매하는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반도체·철강·자동차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제조업 중심국가로 재생에너지 활용 여건이 주요국 대비 매우 불리한 상황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RE100)을 운영하는 영국 더 클라이밋 그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공식 인정되는 RE100 이행수단을 신속히 마련하고 향후에도 기업의 재생에너지 활용이 편리하도록 지속 개선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첨단신소재 분야를 향한 미래신산업의 기술인력 양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이차전지·첨단신소재 분야 산업기술인력 전망을 보면, 오는 2032년까지 이차전지 산업에는 11만791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매년 7%씩 인원이 늘어나야 가능한 인력입니다.
신금속·차세대세라믹·첨단화학·하이테크섬유 등 첨단신소재 분야의 인력은 2022년 기준 10만2806명으로 부족률이 2.8%로 집계됐습니다. 첨단신소재 분야의 경우 2032년까지 13만8870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연평균 3.1%씩 증가해야 가능한 수준입니다.
이기환 KIAT 산업인재전략실장은 "이차전지 산업 부족인력은 2565명, 부족률 4.4%로 나타났으며 첨단신소재 산업 부족인력은 2925명, 부족률 2.8%로 조사됐다"고 말했습니다.
20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6월 업황 전망 PSI는 114를 기록하는 등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예상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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