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보다는 보장성보험이 주를 이루는 손해보험사의 실적 우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생보사들은 손보사의 주력 상품인 제3보험 공략을 통해 실적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제 3보험은 사람의 질병, 상해 또는 이로 인한 간병을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보험상품의 손해율과 가격 경쟁력을 결정짓는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1분기 순익 손보사↑·생보사↓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53개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4조84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습니다. 손보사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생보사의 적자폭이 워낙 큰 탓입니다.
생보사의 1분기 순익은 1조874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8% 급감했습니다. 투자손익은 1조1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2%가 줄었고, 보험손익은 1.7% 증가에 그친 1조24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손보사의 순익은 2조96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습니다. 투자손익은 9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지만, 보험손익이 3조451억원으로 27.9% 상승한 영향입니다.
고금리·고환율로 손보사와 생보사 모두 투자 손실은 커졌으나 실적 손익을 가른 건 장기 보장성보험 실적이었습니다.
전체 보험사의 1분기 수입보험료는 58조95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습니다.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28조39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3.5% 축소됐습니다. 보장성보험이 13조2489억원으로 유일하게 13.3% 증가했습니다. 저축성보험은 8조4426억원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9.2% 축소된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퇴직연금은 3조2685억원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감소율은 물 33.5%에 달했습니다. 변액보험도 3조793억원어치 수입을 올렸지만 지난해 보다 2.1% 축소됐습니다.
반대로 손보사의 1분기 수입보험료는 30조91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습니다. 가장 비중이 큰 장기보험료가 17조925억원으로 4.9%, 일반보험이 3조9703억원으로 10.2% 각각 상승했습니다.
다만 5조2685억원으로 장기보험 다음으로 비중이 큰 자동차보험은 0.3% 줄었습니다. 퇴직연금도 4조5815억원으로 4.7% 줄었지만 생보사만큼 하락폭이 크진 않습니다.
이 같은 실적은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ROA는 총자산에서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ROE는 기업이 가진 자기 자본으로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 가늠하는 지표로 경영효율성을 나타냅니다.
생보사의 ROA는 0.85%로 전년 동기 대비 0.50%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손보사의 ROA는 3.46%로 0.28%포인트 올랐습니다. ROE의 경우에도 생보사는 7.48%로 4.11% 축소됐고, 손보사는 19.17%로 1.02%포인트 확대됐습니다.
1분기 국내 보험사의 당기순익은 4조84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다. 사진은 3월 8일 서울 한 건물에 약국과 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생손보 업권 간 경쟁 치열해져
지난해 바뀐 회계제도는 생보사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IFRS17 도입으로 그동안 생보사와 손보사가 다르게 적용했던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준비금 적립 기준이 통일된 겁니다. IBNR은 보험사고 발생했지만 아직 보험사에 청구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보험사는 이를 지급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회계상 이 금액은 부채로 잡힙니다.
그동안 보험금 청구 시점은 생보사의 경우 지급사유일(최초 병원 내원일·사망일·장해판정일 등)로, 손보사는 원인사고일(실제 사고 발생일)로 각각 다르게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제도 개선 후 생보사도 손보사의 기준대로 책임준비금을 적립하게 됐습니다.
지급사유일 기준이었던 생보사는 일시불로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손보사는 수년에 걸쳐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매년 책임준비금 적립을 보수적으로 쌓아오던 상황이었습니다. 생보사가 손보사와 기준을 동일하게 맞추면서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새 회계제도 하에서 저축성보험 비중이 큰 것도 생보사 실적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계약마진(CSM)은 새롭게 등장한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의 미래 이익을 가늠하는데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비해 CSM 확보가 불리합니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은 보험계약 만기 때 그동안 납부했던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목돈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입니다. 따라서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의 미래 부채로 인식돼 '팔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에 생보사는 제3보험 등 건강보험으로 수익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생보사도 건강보험료를 측정할 때 보다 세부적인 통계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 책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손보사의 주력 상품이었습니다. 생보사도 건강보험을 판매하곤 있었지만 손보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고객 데이터로 인해 손해율 산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뇌와 심장 관련 질환은 암과 함께 3대 질환에 속했지만 자체 위험률 통계를 갖고 있는 손보사와 달리 생보사들은 보다 두루뭉술한 국민 통계를 사용했습니다. 위험률로 세부 담보를 설정한 상품을 고루 내놓을 수 있는 손보사와 달리, 생보사는 위험률이 정확하지 않다 보니 리스크를 줄이려면 높은 보험료를 측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보험개발원이 뇌와 심장질환 관련 위험률을 만들어 생보사들에 제공하며 건강보험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보사의 향후 성장성은 손보사가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제3보험 시장에서 존재감을 얼마나 높이는지에 달렸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취급할 수 있고 바뀐 회계 제도에 유리한 제3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실적 성장이 필요한 생보사들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같은 손보사 고유 영역까지 판매 권한을 갖기 원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력이었던 종신보험 판매 감소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생보사는 제3보험 등 건강보험으로 수익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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