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석종건 방위사업청(방사청)장이 방산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총수들과 잡은 면담을 잠정 보류한 가운데, 일정 취소 배경으로 특정 기업의 항의와 불만이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27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석 청장은 이번주 잡혔던 방산기업 '오너 개별 간담회'를 보류했습니다. 앞서 석 청장은 오는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30일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 31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과 각각 개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간담회 계획 보류 소식을 전했습니다.
방사청이 개별 간담회를 보류하기로 했지만, 향후 계획된 일정이 없는 관계로 사실상 취소를 결정했다는 관측입니다. 방사청은 지난 24일 "예정된 방산기업 그룹 간담회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결정은 주요 방산기업 경영진들이 세계 각국에서 방산수출을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는 시기에 경영진들이 수출 증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협의한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방사청이 간담회 보류 원인에 대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내놓으면서 그 배경의 실체는 무엇인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에 방사청과 회장들 간 간담회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는 주장도 있지만, 간담회 취소 핵심 배경이 특정 기업의 반기 때문이라는 상반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 간담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만남이 예정된 기업 중 특정 기업 한 곳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회동에 대해 강력한 불평과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회동 소식이 전해진 이후 뜬금없이 억측성 기사가 쏟아진 것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석 청장이 간담회를 가진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여러 매체를 통해 "방사청장이 기업 줄세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 "차관급인 청장이 나설 이유가 없다", "정부가 나설일이 아니다" 등 방사청에 대한 일부 부정적 기사가 업계 관계자발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여론이 방사청의 간담회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제13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2월 방위사업청 과천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석 청장과 그룹 오너 간 만남은 방산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보통 취임 후 방사청장이 방산기업 대표 별 면담은 한 사례가 있어도 그룹 오너와의 만남은 드물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초 방사청은 이번 간담회를 잡은 이유를 윤석열 정부의 목표인 '세계 4대 방산강국'에 맞춰 진행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방사청은 당시 "최근 방산 수출을 위한 방산기업 그룹 차원의 활동이 증대됨에 따라 수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미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 방향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간담회를 계획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석 청장의 간담회 주 목적이 약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최근 경쟁 수위가 지나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중재를 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중론이었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현재 올해 하반기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소송전까지 벌이는 등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이 이러자 해군과 방사청이 당초 설정한 2030년 총 6척 발주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태입니다. 이에 방사청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KDDX 사업과 관련해 초도함과 후속함을 나눠 건조하는 등 양사 간 수주를 조율하는 안건을 제안할 것으로 분석됐으나 무산된 겁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석 청장의 간담회 취소로 방산 수출의 애로사항과 정부와의 협력을 의논하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A 방산업체 관계자는 "방산업계의 현안과 관련해 해법을 모색하고 중지를 모을 좋을 기회였는데 불발돼 아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B 방산업체 관계자도 "방사청이 해외 수출과 국내 사업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으니까 방산업 특성상 리더십을 갖고 있다. 당초 방사청이 간담회를 잡은 이유를 애로사항 청취와 소통이라고 했는데 중요한 게 맞다"며 "방사청의 공식 또는 비공식 간담회를 포함해 어떠한 소통의 기회는 방산 업체에 긍정적인 것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과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오른쪽) 모습. (사진=각 사)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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