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19살 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이른바 '구의역 김군' 사건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위험의 외주화’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전보다 비용이 우선되고 인력 감축이 계속되면서 '더 큰 안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김군의 8주기인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대합실에서 추모행사를 열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구의역 사고를 통해 비정규직과 외주화, 위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위험이 외주화 되면서 더 큰 위험으로 반복되고 있다”며 “공공 안전을 책임져야 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반성도 없이 책임을 면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김군의 8주기를 맞아 구의역을 시작으로 신당역과 이태원역, 신길역을 둘러보는 공공교통 다크투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신길역은 2017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던 장애인의 추락사고가 난 곳입니다. 신당역에선 2022년 스토킹 살인시간이 발생했습니다. 이태원역은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인근의 지하철역입니다.
8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에서 열린 ‘구의역 산재사망 참사 8주기’ 공공교통 다크투어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다크투어는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재난·재해가 발생한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이라며 “이제 우리 사회 곳곳이 다크투어의 현장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슬프다. 남은 노동자들이 동료가 죽은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일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 죽음들은 반드시 기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의역 참사를 조사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 하에 시행된 무리한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속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교통공사 인력 감축과 민간위탁을 강행하며 위험 업무의 외주화가 진행됐다는 게 노조 설명입니다.
“서울시 인력감축, 안전 문제에 역행”
전문가들은 구의역 참사 이후에도 지하철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과 시설 노후화 등 안전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와 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환경이 역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앞서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누적된 대규모 적자로 인해 오는 2026년까지 전체 정원 1만6367명 중 13.5% 수준인 2212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시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를 명분으로 비핵심 업무의 필요 인력에 대한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정규직과 외주업체의 비정규직 인력은 2배 정도 차이가 난다”며 “외주화 된 노동은 또 비정규직 청년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러면 두 번째, 세 번째 김군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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