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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3일 15: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신용등급 BBB+ 등급 건설사
HL D&I(014790) 한라가 높은 금리를 내세워 공모 회사채 시장의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린다. 지난 2월 회사채 발행 당시 개인투자자들에게 ‘완판’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들고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서울 송파구 HL D&I 한라 본사.(사진=HL D&I 한라)
공모채 600억원 발행…KB증권·키움증권·산은 ‘든든한 인수단’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L D&I 한라(이하 HL디앤아이한라)는 600억원 규모 1년물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의 이번 공모 회사채 발행은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와 차입금 만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오는 21일 제140회 무보증 사모사채(연 8.4%) 560억원과 70억원 규모 기업어음증권(CP, 연 7.4%) 등 총 630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KB증권과
키움증권(039490)이 발행 주관을 맡으며 각각 125억원씩 총 250억원을 인수할 계획이다. 한국산업은행 역시 인수단에 참가해 350억원을 인수한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HL디앤아이한라는 600억원에 대한 총액인수 계약이 체결돼 있어 수요예측 부담이 한결 줄어든 상황이다.
HL디앤아이한라가 이처럼 든든한 인수단을 꾸릴 수 있던 이유로는 높은 금리가 꼽힌다. 회사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BBB+’ 등급을 받았다. 제시한 희망금리는 연 7.5~8.5%다. 통상 신용등급 A등급 기업이 연 5%대, BBB등급 기업이 연 6~7%대로 회사채 발행 금리를 설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HL디앤아이한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건 것이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한 만큼 발행에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한다”라며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당사의 안정적 실적과 향후 성장성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참여가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BBB 등급을 부여받은 기업들은 최근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실제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BBB등급 이하 기업의 수요예측 사례는 전무했다. 또한 지난 4월 AA 등급 기업에 대한 수요예측 참여율이 751.3%, A 등급이 631.5%를 기록한 것에 비해 BBB 등급 이하는 163.0%에 그쳤다.
회사는 올해 2월에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HL디앤아이한라는 7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1년물)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연 8.5%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무난히 인수단을 꾸렸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003540), BNK투자증권이 각각 100억원씩을 인수했고, IBK투자증권이 200억원을 담당했다. 총액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발행주관사가 희망 금리 중 최고 금리로 이를 인수한 뒤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덕에 7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다.
재무건전성·수익성 개선에도…냉랭한 건설채 투심에 ‘고금리’ 불가피
HL디앤아이한라는 건설업계의 비우호적 시장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719억원, 영업이익은 506억원으로 전년(매출 1조4720억원, 영업이익 526억원) 대비 영업이익률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022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306억원으로 22.4%나 증가했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PEF)를 통해 투자한 한국자산평가의 지분을 지난해 말 매각하며 투자이익 375억원을 거둔 영향이다. 또 2021년 투자한 에어레인의 지분 중 절반을 매각하며 50억원의 투자이익을 추가로 거뒀다.
올해 들어서도 회사의 수익성 개선 작업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전년 동기(매출 3366억원, 영업이익 89억원)보다 성장한 매출 3985억원,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57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도 지난해 같은 시기(309.0%) 대비 37.9%포인트 개선된 271.1%를,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39.6%에서 33.9%로 5.7%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HL디앤아이한라가 높은 금리에 의지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건설채’에 대한 여전히 냉랭한 투자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23년 시공능력평가 5위이자 ‘A’ 등급을 부여받은
GS건설(006360)은 지난달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28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치며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HL디앤아이한라는 오는 8월(30억원)과 10월(100억원), 11월(542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차환 발행과 현금 상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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