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 5대 쟁점…화약고는 '지배구조'
총수일가 불공정 고리 끊어야 vs 적대적 M&A 세력이 차지할 수도
2024-06-13 17:53:35 2024-06-13 19:47:2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일명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불공정한 고리를 끊어내자는 취지로 발의됐지만 동시에 삼성그룹의 역린을 건드리는 법안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삼성생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중요한 고리이기 때문인데요. 삼성그룹 지배구조 골격에 영향을 미칠 삼성생명법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새로운 CI가 적용된 삼성생명 간판(사진=연합뉴스)
 
①'3% 룰'에 따른 매각 대금 
 
현행 보험업법 제106조제1항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사의 대주주나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로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총자산은 시가, 주식 가치는 취득 원가가 기준이었는데요.
 
그간 발의된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채권의 가치 평가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8.51%(보통주 5억815만7148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입니다. 시가로 약 45조원 규모인데요. 법안 통과 시 총자산의 3% 초과분인 약 29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 처분해야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법인이 보유 주식을 팔 경우 매각 차익의 22%에 달하는 법인세를 물어야 하는데요. 1980년 당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1주당 1072원에 사들였습니다. 13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7만8600입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은 1주당 매각차익의 22%인 1만7056원에 총 보유 주식을 곱한 값인 약 8조6671억원 가량의 법인세를 내야 합니다.  
 
②이재용 지배력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뤄집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16.5%)을 지렛대로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인데요.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상당량을 강제 처분해야 합니다. 일각에서 삼성생명법을 '삼성 해체법'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현재 거론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인수하는 방안입니다. 지배구조가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해지는데요. 지분율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마저도 불식시켰습니다. 아예 삼성전자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길을 열어준 건데요. 자사주 매입 시나리오는 이 회장의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가도 올리는 방법입니다. 실제 삼성카드가 지난 2007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에버랜드 주식을 처분할 때도 총수 일가가 사들이도록 한 전례가 있습니다. 
 
③소급입법 논란 
 
현행 헌법은 불리한 내용의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삼성생명이 과거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때 합법적이었는데 이제 와서 강제로 매각하라고 하는 건 불리한 내용으로 법을 바꾸는 것이어서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을 처벌하는 법이 아닌, 주식 가치의 평가 기준을 변경하는 것에 불과해 소급입법이 아니라는 반론이 뒤따릅니다. 보험사 중 삼성생명만이 유일하게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른 것인데요. 보험업 감독규정이 보험업법 취지에 반하는 만큼 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개정이 필수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습니다. 
 
④유배당 보험계약자 손익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주식 등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으로, 삼성생명은 매각 차익의 30%를 배당합니다. 삼성생명이 장기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은 수십 년이 지나며 가치가 수천배 뛰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을 거쳐 액면가가 조정된 금액입니다.
 
법안이 개정돼 삼성생명이 29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할 경우, 약 8조7000억원을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삼성생명 유배당 계약자는 24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이 경우 인당 362만원을 배당으로 배분해야 합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아예 개정안에 보유 주식 판매 후 차익을 나누는 방안을 포함시켰습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보험업의 기초는 자기자본과 계약자의 돈을 잘 구분하는 것"이라며 "삼성생명이 동방생명 시절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때 계약자의 돈일 경우 이익이 발생하면 그 비율만큼 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⑤적대적 M&A 리스크
 
총수 일가의 빈 자리를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이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실제 M&A가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외부 세력의 공격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반박하는 측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한꺼번에 풀리지 않도록 시장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간 발의된 삼성생명법은 부칙에 의거, 최장 7년의 유예기간 동안 금융당국이 승인한 실행계획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게 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55%에 달하는데요.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525조입니다. 1% 취득에 5조2500억원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이용우 전 의원은 "회사 가치를 올려줄 사람인지 범죄를 저질러 회삿돈을 빼돌린 사람인지는 주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법도 있어 외국인에게 삼성그룹이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지=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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