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용량 줄이는 꼼수"…또다시 '슈링크플레이션'
1분기에도 33개 제품 용량 줄어
8월부터는 최대 1000만원 과태료
2024-06-14 17:14:54 2024-06-14 17:33:31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되 용량을 줄여 이득을 취하는 꼼수 기법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품 업체들 입장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표면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기법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슈링크플레이션 근절에 나서기 위해 기업들을 압박한 바 있는데요. 올해에도 이 같은 행태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는 당분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기업들이 판매 제품의 양을 줄였다면 최소한 이에 대해 명확한 표시에 나서는 것이 도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1분기 슈링크플레이션 33개 제품 적발…최대 27.3%까지 용량 감소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올해 1분기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유통 기업들이 소비자원에 제출한 가격 정보와 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사례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제품은 33개로 나타났습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가공식품이 32개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1개는 생활용품(세제)였습니다. 또 국내 제조 상품은 15개, 해외 수입 상품은 18개로 파악됐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은 적게는 5.3%, 많게는 27.3% 용량이 감소했습니다. 
 
국내 슈링크플레이션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차 브랜드 오설록의 '제주 얼그레이 티백'은 한 개 용량이 2g에서 1.5g으로 감소하며, 전체 용량이 25% 급감했습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는 기존 420g에서 385g으로 8.3% 줄었습니다. 또 사조대림의 '안심 치킨너겟'은 540g이던 용량이 지난 1월부터 420g으로 22.2% 감소했고, 하림의 '두 마리 옛날통닭' 용량은 760g에서 720g으로 5.3%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비자원 측은 용량이 변경된 상품 정보를 가격 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공표하고, 해당 상품 제조 업체와 수입 판매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 또는 쇼핑몰 등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권고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시장도 슈링크플레이션과의 전쟁
 
지난해에도 제품 용량을 줄여 마진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 불만 민원이 잇따른 바 있는데요. 이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행태를 방지하겠다며 제도 개선을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움직임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해 슈링크플레이션과 관련한 다양한 규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대응 강도를 높이는 실정입니다. 미국의 경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슈링크플레이션 단속 요청에 응해 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프랑스의 경우 가격이 고정되고 용량이 줄어든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슈퍼마켓이 이를 의무적으로 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고지 의무 제도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 용량이나 재료의 함량 등을 변경하는 경우 포장지 등에 이를 표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8월 3일부터 최대 1000만원 과태료 부과
 
올 여름부터는 슈링크플레이션 행태에 조금이나마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오는 8월 3일부터는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을 축소할 경우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실 식품 기업이 가격을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격 결정권의 주체인 만큼 문제 삼기 어렵다"며 "문제는 가격을 놔둔 채 용량을 줄이는 작업은 소비자를 기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는 공정한 거래에 기반한 방안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판매 제품의 양을 줄였다면 이에 대해 명확히 표시를 하는 것이 맞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데 이 같은 정보를 인식하게 해줄 수 있어 한다는 이야기"라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은 (정부가) 충분히 단속하고 공표할 만한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고물가 기조 흐름과 맞물려 슈링크플레이션 행태 자체가 근절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업계가 정부 및 국민 눈치를 보는 상황에 가격을 올리는 데 따른 부담감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원가 절감 차원을 고려하면 가격을 높여야 하는데 사회적 분위기 상 이러기 어려우니 양을 줄이는 우회적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 압박이 있는 한 이 같은 슈링크플레이션 문제는 계속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방문객이 과자 코너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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