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170석의 의회권력을 쥔 민주당의 언론 공격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연루 의혹'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점에 달하자 친명계(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대언론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는 건데요. 특히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초선 의원들의 과도한 옹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정국이 강대강 충돌로 치닫는 사이, 이 대표의 위증교사 시도 의혹을 담은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24차 공판에 출석하며 청중에게 조용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점 향하는 사법리스크…논란 키우는 '호위무사들'
민주당은 17일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빗대 표현해 비판을 받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학계와 언론에서 널리 쓰이는 공식적 용어'라고 항변했습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조계 기자들을 중심으로 쌍방울 사건으로 당대표를 입건하거나 기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하진 않고 그냥 받아쓰기하는 행태에 대해 공식적 용어를 인용해서 항변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권력이 주문한 대로 받아쓰고 권력에 유리하게 프레임을 만드는 언론을 학계에서는 애완견(랩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4일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여러분은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한 것에 대해 옹호한 건데요.
하지만 이 대표의 적대적 언론관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이 대표는 김혜경 여사를 보좌한 경력이 있는 권향엽 정책위부의장의 전략 공천이 '사천'이라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부터 집권여당, 언론까지 협잡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언론관이 민주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6일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애완견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라며 "기자인 체하는 '기레기'를 향해 '검찰의 애완견' 운운한 건, 애완견 '꿈'이를 키우는 꾸미의 아빠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방송기자연합회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정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하며, 언론자유를 누구보다도 지지한다고 강조해 온 민주당에서 드러낸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기에 더욱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양 의원을 향해서는 "제1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자임한다면 외부에 대한 공격보다는 타당한 의견 제시로 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직격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되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재갈법 등으로 언론을 '애완견'처럼 협박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저격했습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적대적 언론관이 확산하는 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점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 대표가 추가 기소되자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며 사법 리스크 방탄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개딸에 발 맞춘 검사·판사 '압박'
민주당의 강경 행보에 보조를 맞추듯 이 대표의 강성 팬덤인 개딸(개혁의딸)들은 이 대표 사건 심리를 맡은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신진우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대북송금 연루 의혹 사건 재판도 맡자 신 판사에 대한 탄핵 운동을 개시했습니다.
이들은 탄핵 서명에 3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면서 국회가 신 판사 탄핵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강성 팬덤의 행보에 친명계 의원들 역시 가세해 검찰·법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판결로 선입견 편견 사심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른 재판장은 관련 재판장에서 회피 제척돼야 하지 않나"라며 가세했습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TF)까지 꾸렸는데요. 민형배 TF 단장은 "검찰과 법원 사이에 '악의 고리'가 형성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 관련해 위증교사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담은 녹취 음성을 공개했는데요. 녹취 음성에서 이 대표는 김진성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위증교사 관련 재판에서 당시 사건의 정치적 배경 등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며 '변론 요지서'를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이와 관련해 "오래돼 기억이 잘 안난다"고 답했는데, 박 의원은 일련의 대화가 명확한 '위증교사'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의 증거자료가 언론인 출신의 여당 의원을 통해 공개되면서 민주당의 적대적 언론관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