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저출생과 주거안정
2024-07-02 06:00:00 2024-07-02 06:00:00
0.72명.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입니다. 올해는 그보다도 낮은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022년 평균 출산율은 1.51명인데요.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나라가 스페인인데, 그래도 1.16명이나 됩니다. 우리가 기록한 출산율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주는 통계인데요. 정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은 끝없이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출산 정책도 효과가 없었죠.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저출생 문제 해법은 있습니다. 청년들이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으며 안정적 주거가 마련되면 결혼과 출산, 양육이라는 자연스러운 순서가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청년들은 삶이 불안하고 불확실성은 큽니다. 특히 주거 문제가 커다란 걸림돌이죠.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5~39세 맞벌이 부부의 무자녀 비율은 2022년 36.3%를 기록했습니다. 무자녀 부부의 자가 주택 보유 비율은 34.6%로 유자녀 부부의 52%보다 크게 떨어집니다. 지난 정부 때 급등한 주택 가격과 급격한 출생아 감소도 주의 깊게 봐야 할 지표입니다. 
 
주거 불안정성은 서울과 수도권의 비싼 주거 비용이 한몫하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을 고려한 서울 집값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25.1배로 집계됐는데요. 서울 지역의 연평균소득으로 중간값 수준의 주택 구매 시 걸리는 시간이 25년이라는 겁니다. 파리(17.8배), 로마(15.1배), 런던(14.8배), 뉴욕(14.0배) 등 세계 주요 도시의 시민보다 10년 이상 더 일해야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5월 말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 12억9947만원, 전세 평균가격은 6억477만원입니다. 연립주택 매매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서 5월 기준 3억4100만원 수준입니다. 
 
서울에 오지 않아도 괜찮은 직장을 구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서 서울 집중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와 더불어 집값을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율을 절대 높일 수 없습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생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첫째 자녀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전년도 주택 가격(매매+전세)'의 기여도가 전국 기준 30.4%로 가장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는 38.4%인 수도권이 26.5%인 지방보다 집값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죠. 
 
저출생 해결을 위해 집값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최근 집값 우상향 움직임은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일각에선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특례대출 등 여러 정책대출의 영향으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분석하는데요. 정책금융 대출을 통해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이 때문에 적정가격을 벗어난 집값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값 정상화에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주택 가격을 적정가격 수준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 중장기적으로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 정착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저출생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