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박창욱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삼중수소 또한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삼중수소는 핵융합 원료나 산업용 발광소재 등으로 쓰이며, 수소폭탄의 핵심 재료로도 사용됩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이 삼중수소를 국내 실거래가의 4분의1 가격으로 한 국내 업체에 팔았습니다. 해당 업체는 한수원이 삼중수소 관련 기술 이전을 공고할 즈음 설립된 데다, 한수원 고위관료 출신도 몸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근거로 특혜를 의심합니다.
2023년 3월23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수원, 시세 '4분의1' 가격으로 삼중수소 판매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한수원은 올해 4월4일 온비드(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시스템)를 통해 월성 원자력본부 월성TRF(삼중수소제거설비)의 삼중수소 40g 매각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열흘 뒤인 4월15일 주식회사 에이젠코어와 판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소량 판매일 경우 1g에 12만달러(한화 약 1억6221만8400원)의 실거래가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한수원은 에이젠코어에 삼중수소 40g을 매각하면서 1g당 3690만5000원에 판매계약을 맺었습니다. 시세의 4분의1에 불과합니다. 한수원이 삼중수소 40g를 시세로 팔았다면 64억8800만원을 얻을 수 있었지만, 에이젠코어로부터 14억7600만원만 받았습니다. 무려 5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겁니다.
한수원, 자체 보고서엔 삼중수소 가치 '높게 평가'
앞서 한수원이 삼중수소 판매 계획을 세우던 2014년 6월만 해도 한수원은 삼중수소의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으며, 1g당 가격이 12만달러에 달한다는 걸 인지했습니다. 취재팀은 한수원이 2014년 6월13일 만든 '월성 TRF 부생물 자원화 추진 기본계획(안)'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한수원이 월성TRF에 저장된 부생물(삼중수소, 헬륨-3)을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문서입니다. 해당 문서는 당시 한수원 사장인 조석 사장이 결재를 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4년 6월13일 만든 '월성 TRF 부생물 자원화 추진 기본계획(안)' 문서를 통해 월성TRF에 저장된 부생물(삼중수소, 헬륨-3)을 상용화하는 기술을 개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서를 보면, 한수원은 당시 삼중수소 판매와 관련해 '삼중수소의 경제적 가치는 소량판매와 대량판매를 합해 약 4140억원이다. 소량판매는 1g당 12만달러, 대량판매는 1g당 3만달러를 적용할 수 있다'고 기술했습니다. 또 '소량판매는 2017년부터 30년간 연평균 50g을 판매하고, 대량판매는 2027년부터 20년간 총 7800g을 판매한다'고 했습니다. 한수원은 에이젠코어에 삼중수소를 매각하기 10년 전부터 삼중수소 40g(소량판매에 해당)의 적정 가격을 12만달러로 봤고, 그 값에 팔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수원, 스스로 '손해' 자처…"업무상 배임"
하지만 한수원은 2023년 에이젠코어와 계약을 체결할 즈음엔 애초 계획안과는 다른 판매가를 적용합니다. 값이 높은 소량판매 가격이 아닌 대량판매 가격을 책정한 겁니다. 그렇게 한수원은 스스로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대해 원전업계 관계자는 "2014년 만든 월성 TRF 부생물 자원화 추진 기본계획(안)은 준영구적으로 공개되어 있는 것이고, 기본계획은 변경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판매"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전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중수소 판매는 한수원 고유의 자체사업을 바탕으로 구상되었던 것인데, 매각 과정을 보면 한수원엔 손해를 가하고 에이젠코어엔 이익을 준 정황이 드러난다"며 "2017년 4월부터 급작스럽게 설립된 민간회사로 삼중수소를 헐값에 매각한 전현직 한수원 사장과 임직원들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6월13일 만든 '월성 TRF 부생물 자원화 추진 기본계획(안)' 문서를 보면, 한수원은 삼중수소 판매와 관련해 '삼중수소의 경제적 가치는 소량판매와 대량판매를 합해 약 4140억원이다. 소량판매는 1g당 12만달러, 대량판매는 1g당 3만달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에이젠코어는 어디?…한수원 고위직 출신 A씨가 사내이사
에이젠코어는 어떻게 이런 헐값에 삼중수소를 사올 수 있었을까요. 에이젠코어는 삼중수소 및 관련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입니다. 발광소재를 사용한 야간조준경, 비상구 표시등, 유도등·지시등, 발광 액세서리 등을 생산합니다. 공교롭게도 한수원에서 퇴직한 A씨가 사내이사로 재직 중입니다. A씨는 2021년 12월 한수원 퇴직 후, 2022년 3월31일 에이젠코어 사내이사로 몸을 옮겼습니다.
A씨는 한수원 퇴직 당시 1급의 고위직이었습니다. 퇴직 약 4개월 만에 원전 관련 민간회사에 취직했습니다. 더구나 A씨는 한수원에서 근무하던 2017년 4월4일 '삼중수소 저장운반용기'에 관한 기술이전 공고를 올렸는데요. A씨가 특허에 관여한 이 기술은 에이젠코어로 이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이젠코어는 2017년 4월3일 설립됐으며, 기술이전 공고 날짜와 설립 날짜가 단 하루 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뉴스토마토>는 해당 의혹에 대해 한수원과 에이젠코어에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한수원은 "삼중수소 매각 예정가격(입찰단가) 결정을 위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라 원가조사 전문 기관 2곳에 '원가계산'을 의뢰했다"면서 "1g당 3690만1436원의 예정가격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중수소 소량판매의 국제 시세가 12만달러인 이유는 삼중수소(약 3만달러)에 삼중수소 용기 제작과 운반 비용, 인허가 비용 등이 포함된 것"이라며 " 에이젠코어엔 용기 제작과 운반 등의 기술이 있기 때문에 삼중수소만 팔았고, 3만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에이젠코어는 아무런 반론을 전해오지 않았습니다.
최병호·신태현·박창욱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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