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30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동맹이라도 무임승차는 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 발언에 전 세계가 요동쳤습니다. 특히 "동맹국도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밴스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주한미군 유지 여부를 지렛대 삼아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방위비를 받아내려 할 것이란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란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공개적으로 포문을 연 건 밴스 의원이었습니다.
방위비 인상 공개 요구한 '트럼프 측근들'
밴스 의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을 통해 "우리는 동맹국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부담을 나누도록 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나라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다"며 "우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우리 아이들을 전쟁에 파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한국·일본 등 부유한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소 지론으로,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미국에 의지하려는 국가를 돕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시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도 한국의 방위비 부담이 충분치 않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하고 있습니다. 외교 책사인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주재 미국 대사는 18일 외신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어떤 클럽(회원제 모임)도 자기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는 회원이 될 수 없고, 그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맹국의 방위비 비용 분담 문제와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 마지막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도 지난 16일 외신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이 방위비를 추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마지막 안보수장이었던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집권 시 유력한 국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공화당은 최근 새 정강·정책에서 '동맹의 안보 투자 의무'를 명시했습니다. 공화당은 18일 외교 정책이 담긴 '힘을 통한 평화' 챕터에서 첫 번째 조항으로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 정강·정책에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남부 국경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사실상 주한미군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RNC)에서 연설 후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배까진 아니지만 대폭 인상 가능성"
이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한·미 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지난 12일 5차 회의까지 진행된 상태입니다. 양국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기에 협상을 시작했지만, 타결된다고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집권 1기 때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종전 대비 5∼6배 수준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최종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재집권 시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재선 도전이 불가능한 집권 2기 때는 남은 임기 4년 동안 어떻게 해서든 방위비 인상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형적인 협상 수단인데 방위비를 크게 요구했다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같이) 5배 이상을 갑자기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이하의 적당한 선에서 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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