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다시 집값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낮게 형성되는 저점을 '하향기'로 봤을 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는 '회복기'와 최고점의 '상승기'를 거쳐 다시 '후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듯 4단계에 거쳐 하나의 사이클이 형성되는데요. 이 기간이 대략 10년 정도 걸린다고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시장은 3년여 만에 후퇴기와 하향기를 거쳐 회복기로 접어든 모양새입니다.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급증했고 매물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는 속출하고 있죠.
지표상으로도 확인됩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8주 연속 상승세이며, 상승 폭도 2018년 9월 이후 5년10개월만에 최대치입니다. 서울 집값이 뜨겁다 보니 수도권 아파트값도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월 3000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5월 5024건으로 3년 5개월 만에 최다로 뛰었는데, 급기야 지난달은 이달 26일 기준 7259건으로 43개월 만에 월 평균 7000건을 넘어섰습니다. 그간 거래량이 적다 보니 집값 추이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는데 이번엔 거래량이 동반되면서 집값 상승 우려가 현실화된 모습입니다. 특히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1년 가격에 대한 시장 검증이 끝나 괜찮은 지역은 전고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인데요.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는 여러 원인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세사기 사건으로 수도권의 비교적 저렴한 전세 수요 흡수를 담당해온 다가구 및 다세대 주택을 꺼리는 경향이 커지면서 아파트 중심 전세 수요가 급증해 아파트 매매가격도 끌어올리고 있죠. 건축원가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아지고 있고 재건축을 통한 서울 주택공급도 줄어드는 등 공급부족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이래 각종 특례대출 및 규제 완화 등 부동산시장 부양책이 시장에 녹아드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도 맞물려 있습니다. 실제 소득과 상관없이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해 40조원, 금리 1%대 신생아특례대출은 올해만 6조원이 풀렸습니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두 달 미루면서 '대출 막차 수요'까지 일으켰습니다.
앞서 경험했듯 집값은 한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습니다. 불안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며 가수요가 폭발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면 과거 경험상 매매시장의 움직임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가격 뜀박질이 커지는 게 생리입니다. 이를 잠재울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공사 후 입주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불붙은 집값 오름세를 잠재울 지는 미지수입니다. 공사비 변수도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탈동조화도 걱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어느 정부에서나 주택 문제는 가장 난도가 높은 사안이었죠. 정책당국의 올바른 대책 수립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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