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한
‘방송 장악
’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정부와 여당이 대
(對
) 포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
NAVER(035420))를 현장 방문해 알고리즘 실태 등 현안을 살펴볼 계획으로 알려졌고 여당은
‘포털 불공정 개혁
TF(태스크포스
)’를 발족하며 공세 고삐를 바짝 죄고 있습니다
.
네이버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4일 방통위와 플랫폼 업계 등에 따르면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은 조만간 네이버 사옥을 현장 방문할 계획입니다. 현재 방통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지만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네이버 알고리즘 실태조사와 관련 공정성 부분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직무대행의 네이버 방문과 관련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며 “안건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방통위는 지난해 7월 여권에서 제기한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의혹’에 대해 실태점검을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현장 조사를 비롯해 여러 점검 과정이 진행됐지만 1년 가까이 그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여당 역시 최근 미디어특별위원회의 포털 좌편향 비판과 함께 ‘포털 불공정 개혁 TF’를 출범하는 등 포털 압박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네이버의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의 일방적 독점과 막대한 권한을 바탕으로 좌편향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네이버의 뉴스 독점 장벽을 무너뜨리고, 국내 미디어 생태계 균형을 회복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어 14일 ‘포털 불공정 개혁 TF’는 국회에서 ‘독과점적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방안’ 세미나를 열고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입니다. 이들 TF는 19일 오전 네이버 본사 현장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당정의 이 같은 압박 움직임에 포털 플랫폼 업계는 말을 아끼고 있는데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나아가야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안팎의 우환에 시름하고 있는 상황 속 또 다른 암초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같은 경우는 총수가 구속돼 있는 상태고 네이버도 라인 야후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 상황 속 정부와 국회의 이런 액션은 사업 확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포털 불공정 개혁 TF' 위원장을 맡은 강민국 의원(왼쪽)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매체의 입점과 퇴출을 심사하는 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재개 움직임에 맞물린 이 같은 압박에 정치적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일부 매체명까지 거론하며 ‘좌편향’ 낙인을 찍고 “네이버의 CP 선정은 좌편향된 정치적 지형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만 작동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언론노조는 “방송장악도 모자라 이제 포털장악인가”라고 비판에 나섰는데요.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KBS 이사회, 그리고 장악의 수순에 들어간 방송문화진흥회와 같이 비판 언론을 퇴출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만을 독자로 삼는 뉴스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라며 “윤석열정부의 무도함과 짝을 이룬 여당의 TF는 그 의도와 목적이 너무 투명해 순진무구해 보이기까지 한다”라고 비꼬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 속 네이버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뉴스혁신포럼에서 6~7월까지 제평위 재개 등과 관련한 논의 결과를 도출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발표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평위 출범 관련 정해진 시점은 없다”라며 “뉴스혁신포럼에서 제평위 구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20세기 마인드로 21세기 언론 규제는 모순…개혁해야”
결국 포털 플랫폼의 진흥을 저해하는 이 같은 해묵은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오랜 법령의 정비를 통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 다양한 서비스를 영위하는 포털 플랫폼을 오래 전 제정된 법을 근거로
‘이어령 비어령
’식 잣대로 규정하려 해 혼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 국내 포털 플랫폼 사업자는 뉴스 유통과 관련해선
‘신문법
’ 적용을 받는데요
. 뉴스 알고리즘 영역과 관련해서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을 근거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 이러한 혼재된 법령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적용해 오랜 기간 혼란을 누적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
송 교수는 “포털 산업 자체가 과거처럼 어떤 전문 영역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통·플랫폼의 권한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과거 20세기 산업 기준 마인드를 가지고 21세기 언론 환경을 규제한다는 것은 상당히 모순된 구조로 빨리 근본적 개혁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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