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고물가 시대 구독 서비스 가격마저 나날이 오르는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에 구독 경제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BM)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정적인 수익원 확보와 더불어 플랫폼 기업들이 영위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락인 효과’ 구축 등 충성 고객 유치가 용이하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가격 인상 등 기업의 일방적인 정책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구독 모델을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OTT 플랫폼 (사진=뉴스토마토)
13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구독형 서비스인 ‘카카오T 멤버스’ 도입을 위한 시범 테스트 참여자 1만명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카카오T 멤버스’는 월 4900원의 구독료로 카카오모빌리티의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인 내비·택시·퀵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한 할인 쿠폰 및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구독 모델이라는 신규 BM을 발굴함과 동시에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성 검토를 위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정식 출시 가능성 및 적용 서비스 확대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T 멤버스 (이미지=카카오모빌리티)
국내 대표 플랫폼 네이버(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역시 강화와 발굴이라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구독 모델에 집중할 방침인데요
. 먼저 카카오는 월 활성 이용자 수
(MAU) 4893만명에 달하는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구독 형태의 신규
BM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 현재 일반적인 채팅이 아닌, 소상공인들의 이벤트
, 컨퍼런스 등 목적성을 지닌 채팅이 늘어나는 만큼 부가 기능 제공을 통한 구독 모델 형태의 사업을 발굴하고 수익화하겠다는 것입니다
.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구독 모델은 절대적인 매출 규모는 광고나 커머스 대비 작지만 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만큼, 최근 내수 경기 악화와 관계없이 매우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향후 구독형 비즈니스에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구독형 매출원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톡비즈 내에 경기에 비탄력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미지=네이버)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유료 구독 유지 비율(리텐션)이 95%에 달하는 등 높은 충성도의 모델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서는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입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기존 적립금 외에 최대 10%를 적립해 주는 ‘슈퍼적립’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만의 장점인 ‘적립’을 내세워 신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목적입니다. 여기에 네이버는 쏘카, 티빙, CU, 요기요 등 외부 업체와 제휴를 맺고 생태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은 이용자가 실질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강화해 나가며 충성도 높은 고객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네이버만의 커머스 생태계를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 대표 배달 플랫폼들은 일찌감치 ‘구독 모델’을 도입해 고객 유치 전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요기요와 쿠팡이츠는 각각 요기패스X와 와우 멤버십이라는 이름의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배달료 무료와 함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배달 플랫폼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점유율 수성과 고정 수익 확보를 위해 구독 모델인 ‘배민클럽’을 선보인 상태입니다.
배달 오토바이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의 이 같은 구독 모델 강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독 경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다. 고정적 매출과 함께 기업들이 수입과 생산량을 예측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요금을 올려도 다양한 서비스 등 가격 대비 혜택과 편리함으로 이용자들의 이탈이 많지 않아 기업들의 안정적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존적인 ‘구독 경제’…“소비자 피해 막는 대책 필요”
다만, 다양한 서비스와 편리함으로 중무장한 구독 경제 속 일방적인 과도한 요금 인상 등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디즈니 플러스, 티빙 등 주요 OTT 플랫폼을 시작으로 쿠팡(쿠팡이츠)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구독료는 지난해에 비교해 올해 눈에 띄게 인상된 상태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들이 처음에 굉장히 관대하게 소비자한테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의존성이 보이면 가격을 올리거나 하는 식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함을 대체할 플랫폼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떠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결국 플랫폼이 독과점화될 가능성이 큰데 정부 차원에서 멤버십 요금의 과도한 인상에 대한 제재와 대체 플랫폼의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