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윤영빈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이 우주항공청 출범 100일을 맞아 민간 중심 연구개발(R&D)로 글로벌 우주항공 시장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은 5일 우주항공청 출범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우주항공 연구개발(R&D)이 정부 주도로 이뤄져왔지만 우주항공청이 출범하면서 민간 주도로 바뀌도록 청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27일 경남 사천 임시 청사에서 출범한 우주항공청은 지난 3일로 100일을 맞았습니다.
윤영빈 청장은 “우리나라 성장 동력은 반도체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앞으로 반도체만 갖고 잘 살 수 없다. 그 다음 성장 동력을 우주항공 산업에서 찾겠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우주항공 시장에서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려야 하고 그 역할을 민간 기업이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민간 산업체들이 시장에 활발히 진입하고 도전적 임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위성 개발 생태계 조성에 힘쓴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내년도 우주항공청 예산안이 올해보다 27% 증가한 9649억원으로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이 중 상당 부분은 누리호에 집중 투입됩니다. 윤 청장은 “누리호 발사가 3번 남아 있어 거기에 많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자력 발사체인 누리호는 3번째 발사를 최근 마무리 지었으며, 4차, 5차, 6차가 남아있습니다.
태양과 지구 인근에 있는 제4 라그랑주점(L4) 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L4 지점에 태양풍을 관측하는 우주 관측소를 구축한다는 목표인데요. 윤 청장은 “L4 탐사는 한국이 국제 협력을 주도하는 첫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과 역할 분담 방안을 조율하고 있으며, 2035년 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4개 있는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돼 우주에 정지해 있는 상태로 탐사를 진행할 수 있어 연료가 적게드는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개청 100일 기념 우주항공청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판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라 불리는 만큼 인재 확보 관련해 윤 청장은 실제 NASA 인재를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싶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청에 NASA 출신 두 분이 계시고, 빈 자리가 있어 모실 수만 있다면 NASA 출신을 모실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밖에 우주항공청이 수송 비용을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도 밝혔는데요.
윤 청장은 “지구 저궤도 수송비용을 ㎏당 1000달러(약 130만원) 이하로 낮춘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겠다”면서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수송비용은 ㎏당 2만달러 수준으로 높은 편인데 스페이스X는 한번 쏜 로켓을 다시 사용하는 재사용 기술을 통해 수송비용을 ㎏당 2000~3000달러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재사용 발사체를 개발해 현재 ㎏당 2000달러대인 비용을 1000달러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현재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로 재사용 발사체는 2030년대 중반쯤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주비행사 배출과 관련해선 “우주인 배출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며 “그것보다 우주에 가서 무엇을 할지, 보내는 목적을 확실해야 하기에 그 목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에 3만6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소연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이후에는 우주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 청장은 “20년 후 한강의 기적, 반도체의 기적에 이은 3번째 기적을 만드는 것이 우주항공청의 비전”이라며 “한국이 5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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