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주호 한수원 사장,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고발된다…'기관장 1호'
한울본부 20대 극단적 선택...업무부담·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
중대재해법엔 '안전·보건 조치의무' 규정…기소로 갈지는 미지수
한수원 "직원 사망 사건은 노사 합동 진상위원회 꾸려 조사할 것"
2024-09-09 06:00:00 2024-09-09 15:43:5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황주호 사장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울원자력본부에서 2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해당 직원이 조직개편에 따른 과중한 업무부담이 겪었고 직장 내 괴롭힘도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정황들이 나온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황 사장이 안전·보건 조치의무 등을 소홀히 했다는 겁니다. 황 사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고발된다면, 공공기관장으로서는 최초입니다. 다만 황 사장이 고발되더라도 실제 기소까지 가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관측입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국회무궁화포럼 주최 제1회 조찬 강연회에서 '원자력 강국의 길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9일 노조 관계자는 "한울본부 직원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황 사장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걸 검토 중"이라며 "한수원 직원들이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주52시간을 넘는 근무를 하고,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다. 현장에서 사망한 직원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황 사장을 중대재해법으로 고발하는 이유로 △직원이 사망한 점 △황 사장이 취임한 후 단행된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과중한 업무부담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한수원의 주52시간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을 지적하는 다수의 글이 게시됐다는 점 △'위와 같은 정황 증거들을 봤을 때 20대 직원의 죽음에 대해선 조사를 해봐야한다'는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 많다는 점 등을 주장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중대재해법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앞서 한수원은 현재 시간외수당(OT)도 임금이 아니라 보상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담당업무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 직원들이 휴가를 다녀와서도 처리해야 한다"면서 "조직 개편 후 실질적으로 일하는 인력이 줄었지만, 회사에서 원하는 업무 퀄리티는 올라가서 개인이 과부화가 생길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황 사장을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고발하더라도 실제 기소까지 이어지는 건 어려울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직장 내 괴롭힘이 작업수행의 방식으로 행해지거나 업무에 편승해 이뤄졌다면 중대산업재해일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직무스트레스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에도 과도한 직무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결과라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로 검토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설비에 의해서 이뤄지거나 나타난 모든 문제가 산업재해"라며 "통상 산재는 본인 과실이나 여부를 따지는데,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더 들여다보고 심각한 과로라든지,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있는지가 확인된다면 본인 과실 요인이 있어도 (중대재해로)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대재해법으로 입건된 대다수 사건들이 기소조차 안 됐던 이유는 엄격한 기준, 가령 본인의 과실, 태만, 부주의 작용으로만 인정되기 때문에 불기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사망 자체로는 업무 수행에 중대재해로 인한 사고인지 아닌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중대재해로 입건해 처리를 할 것인지 불명확한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고소·고발하게 되면 사업주, 기관장 등이 반드시 피의자로 지정이 되기 때문에 혐의가 나중에 없다고 판단되더라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수원 관계자는 "20대 직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는 노사 합동으로 진상위원회를 꾸려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블라인드 등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대부분이라 명확히 조사해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황주호 사장의 중대재해법 위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한수원 노조는 "회사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으니 해당 내용을 조사한 뒤 결과를 가지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고, 제도적 문제가 있으면 제도를 수정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이 언론에 이 일이 언급되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고인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 등에 나오지 않길 요청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경상북도 울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한울본부 제3발전소에 근무하는 20대 직원 A씨가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고 타살 흔적이 없어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현재 정확한 원인과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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