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10개월째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 건설업 노동자의 감소폭도 커지고 있어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한국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에 이어 고용에도 경고등이 켜지면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특히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단했는데요. 내수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소매 판매·건설투자 부진 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 건설업 노동자의 감소폭도 커지는 등 고용 시장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중 20대와 40대에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내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업·소매 판매 '부진'…내수 회복에 '제약'
KDI가 9일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지연돼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내수는 미약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달 연속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건설수주 등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내수 회복의 제약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개인사업자의 연체율 상승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내수 경기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설비투지와 건설투자를 살펴보면 7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18.5% 늘었는데요. 다만 KDI는 "이는 운송장비 급증, 기저효과, 조업일수 확대에 기인했다"며 "7월의 높은 증가 폭은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7월의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져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3%, 직전 달보다 1.7%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업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한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6월에 9만6000명에서 7월 17만2000명으로 확대됐으나, 이는 지난해 7월 취업자 수가 적었던 탓에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DI는 "최근 고용 증가세가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인다"며 "대표적으로 건설 경기에 좌우되는 건설업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8만1000명으로 확대됐고, 제조업 취업자도 1만1000명 줄어 감소세로 전환해 노동시장의 고용률이 정체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등 고용 여건이 서서히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40 고용보험 가입자↓…약해진 '경제허리'
KDI의 평가는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8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고용보험 가입자의 업종별 실태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상승 기류를 나타내고 있지만, 지난달 건설업에서 1만2000명 감소했습니다. 또 섬유, 의복·모피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 도소매, 정보통신 등에서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는 20대와 40대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달 말 29세 이하 가입자는 238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0만3000명) 줄었고, 40대는 353만7000명으로 -1.2%(4만2000명)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29세 이하는 24개월 연속, 40대는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그중 40대 감소폭은 역대 최대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6월과 7월에 3만9000명으로 줄어들고, 8월에 4만2000명이 감소하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구감소 영향이 컸고, 건설업과 도·소매업에서 40대 남성이 줄어들었다"며 "이런 경기 흐름은 경기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등의 여파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9세 이하의 감소폭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7월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후 8월에도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29세 이하의 감소폭은 4월에 8만6000명, 5월 8만 9000명, 6월 9만9000명, 7월 10만4000명, 8월 10만3000명으로 감소폭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편 8월 중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으나,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중 17.4%가 건설업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밖에 워크넷을 이용한 신규 구인은 18만2000명, 신규 구직은 33만9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27.4%, 8.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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