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이 '연봉만 수십억'…총수일가 미등기임원 '163곳'
총수일가 많을수록 이사회 원안 가결 '100%'
소수주주 의결권 강화 움직임 지속적 증가
2024-12-19 17:08:00 2024-12-19 17:08:00
올해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정보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올해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액 연봉 등 각종 권한을 누리면서 정작 상법상 책임은 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등기임원 2년째 증가…공정위 "면밀히 감시"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5월 지정된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80곳의 소속 계열사 2899곳을 대상으로 총수일가의 경영 참여 및 이사회 운영 현황 등을 조사·분석한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71곳의 소속회사 2753곳 중 총수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수는 163곳이며, 직위 수는 22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27곳, 39건씩 늘었습니다. 총수 일가가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거액의 보수 등 혜택만 챙기는 관행이 더 심화된 것입니다. 
 
미등기 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되지 않아 상법상 책임을 지지 않지만, 명예회장·회장·사장 등 명칭을 쓰며 권한을 행사하고 수십억 원대 보수를 받는데요. 총수는 평균 2.5개 회사에, 총수의 2·3세는 평균 1.7개 회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들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미등기 임원 220건 중 54.1%(119건)가 이 규제 대상 회사 직위로 확인됐습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입니다. 
 
공정거래법은 이 같은 형태의 회사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사업기회 유용 등 부당 내부거래가 일어나기 쉽다고 보고 별도로 관리·규제하고 있는데요.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여전히 미등기 임원이 있고, 그 과반수 이상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인이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면밀한 감시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2024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총수일가 많을수록 '원안 가결'↑…시정감시 중요
 
80대 대기업집단 344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운영현황을 보면 사외이사 비중은 51.1%로 지난해(51.5%)보다 소폭 줄었지만 과반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7.8%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또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위원회 등 대기업집단 내 의사결정의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위원회 설치는 지속 증가해 상법상 최소기준을 준수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공정위는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사례가 지속 증가하고 있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한 견제 장치가 안정적으로 구비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사회 안건 원안 가결률이 99.4%로 지난해(99.3%)와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이사회가 여전히 경영진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실제 총수일가가 이사의 30% 이상 등재된 회사에서는 이사회 안건이 모두 원안가결됐고, 총수일가가 10% 미만으로 등재된 회사는 안건의 99.3%가 원안대로 통과됐습니다. 공정위는 "이사회의 내부 견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시장감시가 중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해 도입된 주주총회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8.4%로 증가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전자투표제의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86.3%에 달했는데요. 다만 집중투표제를 통한 의결권 행사 사례는 지난해와 같이 단 1건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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