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AI '킬러 서비스'를 기다리며
2024-09-30 06:00:00 2024-09-30 06:00:00
인공지능(AI)이 거품이냐 아니냐를 두고 시장이 냉온탕을 오가고 있습니다. 미국 JP모건 중심으로 쏟아지던 AI 거품론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호실적으로 다시 잠잠해지는 등 증권가의 반응이 무척이나 예민한데요. 천문학적인 숫자로 집행되는 투자 대비 실제 수요가 과연 얼마나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모습입니다.  
 
AI 대세론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지만, AI가 과연 우리 삶에 어느 정도까지 침투하게 될지를 두고는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보통 사람들의 지갑까지 여는 데 성공한 것처럼, AI도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AI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기술로 인식이 되느냐 아니냐일 겁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서비스라는 형태의 옷을 덧입고서 사람들 앞에 나타날 겁니다.
 
어쩌면 AI기술의 편리함은 AI 대중화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니까요. 편리하기로 따진다면야 사람들 대다수가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해야겠지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직장인들로만 좁혀서 봐도 그렇습니다. 각자 업무에 필요한 부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각자의 성향에 따라 신기술과 그에 수반되는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냐가 갈리겠지만, 결국 비용 대비 유용성이 중요합니다. 
 
지금이야 AI가 값비싸게만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AI 서비스의 비용은 차차 낮아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비용이 낮아지는 속도는 결국 AI가 얼마만큼 빨리 대중화의 길을 걷느냐에 달려 있기도 합니다. AI 킬러 서비스 발굴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특히 AI 없이도 이미 충분히 빠르고 편리했던 세상이었던 만큼, AI가 우리 삶에 어떤 특별한 가치를 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시장이 AI 거품론에 반신반의하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이겠지요. AI가 구체적으로 어떤 효용을 만들어낼지 아직은 모르겠는 겁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태우며 AI 원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냉정하게 볼 때 경쟁의 출발선에 뒤늦게 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은 AI 기술 경쟁의 시간이 흐르고 있으며, 서비스 경쟁의 시간은 충분히 무르익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골든타임이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지만요.
 
포털이나 메신저에서 자국 기업의 영역을 당당히 지켜냈던 우리나라의 테크 역사는 AI 서비스 영역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까요? 국내 대표주자 네이버, 카카오가 각종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네카오가 아닌 새로운 다른 주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또 다시 운명에 맡겨보는 수밖에요.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새기며, 아무쪼록 AI 시대에 우뚝 살아남는 자국 기업이 부디 여럿 나오기를 바래봅니다.  
 
어느 기업이 AI시대 영웅으로 거듭날지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AI 서비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AI 사용법을 큐레이션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점 말입니다. AI 대중화는 다름 아닌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점도요.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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