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총재가 지난 1일 102대 총리로 공식 선출됐습니다. 일본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임시회의와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투표를 거쳐 총리로 선출됐는데요. 이후 일 왕궁에서 총리 임명식과 각료 인증식을 거쳐 1일 저녁 이시바 내각이 출범했습니다. 4전5기 끝에 총리에 오른 이시바 신임 총리는 정치 경력 40년으로 그동안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해 우익 세력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자민당에서 배출한 총리들과 다른 행보를 걸어왔습니다. 토마토Pick이 우리와 다른 일본 총리 선거와 새롭게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4전5기…최연소부터 12선
이시바 시게루의 총리 취임은 '4전5기'의 결과입니다. 1957년생인 이시바 총리는 올해 67세로 직전까지 자유민주당(자민당) 소속의 중의원 의원이자 간사장을 엮임 했는데요. '간사장'은 일본의 정당에서 당대표의 직무 수행을 보좌하거나 당 운영, 국회 대책, 선거 대책을 담당하는 우리나라의 원내대표 격입니다.
이시바 총재도 세습 정치인입니다. 아버지 이시바 지로는 관료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해 돗토리현 지사로 4선을 했고, 자치 대신 등을 지냈습니다. 할아버지 역시 돗토리현 지사와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습니다. 이시바 총리도 게이오대 법학부 졸업한 뒤 은행원으로 일하다 아버지 사망 후 정계 거물이자 아버지 친구인 다나카 가쿠에이 권고로 1983년 정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29세였던 1986년 돗토리현에 출마해 당시 최연소 중의원 의원으로 선출됐습니다. 이후 12선을 하면서 거물급 정치인이 됐습니다.
그가 처음 자민당 총재 도전에 나선 것은 2008년이었는데요. 당시엔 아소 다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해 가볍게 승리했고, 이어진 2012년과 2018년에는 아베 신조에게 패배했습니다. 2020년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와 경쟁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시바는 여론 조사에서 늘 차기 총재 후보감 1, 2위로 꼽혀왔고, 지방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번 도전을 앞두고서는 "마지막"이란 결기를 다졌는데요. 결국 이번엔 승리를 거머쥐게 됐습니다.
의원내각제 일본의 선거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국민이 직접 뽑은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의 다수당을 이끄는 대표가 총리를 맡게 됩니다. 이번 선거는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도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치러지게 된 것인데요. 현재 일본 국회의 과반이 자민당입니다.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지난달 27일부터 실시됐습니다. 아무나 출마할 수 없고,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최소 20명의 추천을 받아야 출사표를 던질 수 있는 방식입니다.
총재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당우 표 367표를 합쳐 전제 734표 중 과반을 차지해야 합니다. 선거에서 개표 결과 누구도 과반을 넘지 못하면 상위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식입니다. 결선투표에서는 국회의원 367표와 광역자치단체 도도부현에 1표씩 할당되는 '도도부현연표' 47표를 놓고 경쟁합니다.
임기는 지금까지 6번의 수정을 거쳤는데요. 가장 마지막에 수정된 것은 2017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밝힌 내용으로, 3년에 연속 3연임까지 가능하게 됐습니다. 다만 한 번 퇴임한 총재가 다시 집권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으며, 재집권에 성공한 총재는 역대 아베 전 총리뿐입니다.
'기시다 반대파' 이시바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이시바 총재는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교체된 일본의 총리입니다.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새 정권은 가능한 한 빨리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의원 해산 방침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치자금 스캔들에 휩싸인 아베파 출신 의원들을 내각에서 배제하는 등 정치 쇄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이 쇄신을 해야 한다"며 "규칙을 지키는 자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이시바표 새 내각을 빠르게 구성하고 있는데요. 총리를 포함해 새 내각은 총 20명이며 이 중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무파벌 인사로 알려졌습니다. 초선 각료가 1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여성 각료는 기시다 내각보다 3명 적은 2명입니다.
눈길을 끄는 건 방위상 출신 인사가 4명인 점인데요.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입니다. 일본 방위상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방부 격으로 이시바 총리가 군사전문가로 알려진 만큼 관련 인맥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해,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 달리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향후 한일관계 전망은?
비교적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시바 총리는 집권 기간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방위력 강화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과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그는 아시아판 NATO(나토)를 주장하면서 전쟁 반대주의자가 아닌 '비전주의자'로 알려졌습니다. 전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한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관계도 껄끄러울 수 있고, 우리 정부와 관계도 더 나아질 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취임 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그는 "나라가 다르면 국익도 다르다"고 강조했는데요. 외교분야에서 전임자와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