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올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빚보증 금액이 1년 전보다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무보증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규모는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대기업 계열사 간 '빚보증' 1490억원↑
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채무보증 현황 및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보면 대기업집단의 올해(5월14일 기준) 전체 채무보증 금액은 569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4%(1490억원) 증가했습니다.
5695억원 중 지에스, 신세계, 케이씨씨, 태영 등 연속 지정된 4개 집단에서의 채무보증은 3267억원이었습니다. 상출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에코프로의 채무보증은 2428억원이었습니다.
공정위는 외환위기(IMF) 직후부터 해외건설 투자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기업 채무보증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계열사 간 빚보증에 따른 동반부실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면 2년 동안 채무보증과 제한대상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합니다. 다만 해외 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수출입 제작금융과 관련한 채무보증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해 줍니다.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는 제한제외대상 채무보증을 제외한 채무보증금액은 4428억원(2개 집단)으로 지난해(7개 집단, 2636억원) 대비 1792억원(68%)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대비 에스케이, 쿠팡, 태영, 이랜드 등 연속지정 집단에서 636억원을 해소했으나 신규 지정 집단(에코프로)과 채무보증이 있는 회사를 신규 계열사로 편입한 경우(신세계)로 인해 2428억원이 증가한 겁니다.
공정위는 에코프로와 신세계의 경우 2년 안에 채무보증 해소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또 지에스·케이씨씨·태영 등은 SOC, 수출입 제작 금융 관련 채무보증으로 확인됐습니다.
채무보증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TRS 거래 규모는 2조818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파생상품인데요. 6개 상출집단 소속회사(10개)에서 총 40건(2조8185억원)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정위는 "TRS 거래는 지난해 3조3725억원보다는 5540억원(16.4%) 감소했는데 계약기간 만료 3868억원, 만기 전 정산 2000억원 등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 2022년 최초 실태조사 대비 44.3%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축소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기업 '금융사 의결권' 행사, 60건 위법 의심
법 위반이 의심되는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건수는 60건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정위가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있는 18개 상출집단을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9개 집단 소속 16개 금융·보험사가 22개 비금융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총 247회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상출집단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금융·보험 계열사를 통해 모은 고객 돈을 이용해 비금융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총 247회 의결권 행사 가운데 161건은 공정거래법상 적법한 의결권 행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본시장법·농업협동조합법 등 다른 법률 특례에 따른 의결권 행사는 26건이었습니다.
공정위는 나머지 60건은 위법이 의심되는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정보름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 기업집단관리과장은 "구체적 경위를 파악하고 있어 아직 업체명과 위법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며 "하나의 총회에서 여러 안건들이 논의되는 만큼 60건이 60개 기업은 아니고 업체 수는 몇 개 안 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사 수는 다소 증가(38개사→44개사)했으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금액은 (4200억원→3100억원)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실태조사가 격년으로 실시되면서 2개년이 합산된 수치인 점, 조사 대상 기업집단 수가 증가한 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집합제한 등으로 위축됐던 주주총회 개최횟수가 증가한 점, 신설회사 관련 초기 주주총회 횟수와 안건이 다수 존재했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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