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8일 17: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른 국가별 탄소 중립 목표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와 같은 고탄소 배출 산업은 직접적인 탄소배출 규제 대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우리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가 탈탄소를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나 전략·기술적으로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등을 알아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파리협정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탈탄소화 노력이 더욱 구체화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탈탄소화 흐름에 뒤처지면 경쟁력 약화뿐 아니라 시장 내 입지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대응은 다소 더딘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탈탄소를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응 지연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소 중립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
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설정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시기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제시돼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이행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탄소 배출이 집중되는 분야로 새로운 기술 개발과 공정 개선이 시급하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이 구체적인 탈탄소화 전략을 수립하기에는 여전히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태다. 일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탈탄소화 기술을 개발하거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계획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 포집 기술이나 수소 기반 공정 도입 같은 프로젝트들은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지만, 이를 보조하거나 장기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이며 "다른 나라들은 이미 탄소세 감면이나 기술 개발 보조금을 통해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방향성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글로벌 규제가 코앞인 만큼 정부가 좀 더 실질적인 지원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만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로드맵 구체화해 실행 중인 세계 각국
반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탈탄소화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국, EU 등은 각각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산업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저탄소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환경 속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인 쉐브론필립스케미컬은 탈탄소화에 대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기업은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촉진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통해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으며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재활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경제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석유화학 기업인 엑손모빌 또한 탄소 포집과 수소 생산 시설을 확장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특히 탄소 포집 기술과 재활용 기술을 통해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EU의 경우 CBAM를 통해 고탄소 제품에 대한 추가 비용 부과함으로써 유럽 내 탈탄소화를 강력하게 유도하고 있다. 독일의 바스프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바스프는 현재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화학 공정을 개발 중이다.
특히, 바스프는 세계 최초로 무탄소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공장을 세우는 프로젝트에 착수해 그린 암모니아 생산을 통한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생산 공정을 구축하고 있으며,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한 공정 개선을 통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도 탄소 배출이 적은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해 바이오 기반 소재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탄소배출거래제(ETS)를 도입해 자국 내 탄소 배출을 관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석유화학 산업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화석유화학은 중국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으로, 탈탄소화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이 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 포집 및 저장(CC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1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을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신화석유화학은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 공정에 도입해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해, 자사의 석유화학 공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탄소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순환 경제 모델을 확립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석유화학 기업인 화유석화도 폐기물 재활용 및 친환경 연료 사용을 통해 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녹색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IRA처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있을 경우,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 이와 같은 정책적 지원이 미비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석유화학 업계 한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산업별 탄소 감축 로드맵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한참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4대 산업 가운데 하나인 석유화학 업계가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혁신을 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