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한이 '평양 무인기(드론)침투-전단 살포' 사건으로 강경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4일 국방 및 안전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에 논의했습니다. 노광철 국방상, 조춘룡 노동당 비서, 리영길 총참모장, 리창호 정찰총국장 등이 참석한 이 협의회에서 "적들의 엄중한 공화국주권침범도발사건과 관련한 정찰총국장의 종합분석보고와 총참모장의 대응군사행동계획에 대한 보고, 국방상의 군사기술장비현대화대책에 대한 보고, 당군수공업담당 비서의 무장장비생산실적에 대한 보고, 국가보위상의 정보작전상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평양 무인기 사건' 관련 '당 중앙군사위원회' 아닌 '국방·안전협의회' 소집
통신은 김 위원장이 총참모부가 진행한 사업과 주요 연합부대의 동원준비상태를 보고받은 뒤 "당면한 군사활동 방향을 제시하시면서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억제력의 가동과 자위권행사에서 견지할 중대한 과업을 밝혔다"면서 "당과 공화국정부의 강경한 정치군사적 립장(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으나, '중대 과업'과 '강경 입장'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전역에 배포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4일 자 1면에 '무모한 도전객기는 대한민국의 비참한 종말을 앞당길 것이다' 제목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국방성 대변인 담화 등을 전면 게재했습니다. 앞서 북한군은 지난 13일 오후 8시를 기해 전방 지역 8개 포병 여단을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한 바 있는데요.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어올 경우 바로 격추하고 그 과정에서 남측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도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북한군은 서해 접경 지역 해안포도 개방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김명수 합참의장은 같은 날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 중인 천안함을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습니다. 김 의장은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서 작전현황을 보고 받은 뒤 "적의 선의에 기대면 안 되고 우리의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를 믿어야 한다"며 "적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적 도발 때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강력히·끝까지 응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서 국방부도 13일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습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공개·비판 성명, 국방성 아닌 외무성이 나서
이처럼 강대강으로 맞부딪치는 가운데서도 북한은 상황을 관리하는 듯한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는데요. 북한이 지난 11일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처음 공개하면서 "대한민국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최후통첩으로서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는 성명의 주체는 외무성이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평양 방공망을 뚫고 무인기가 출현한 것은 '참수작전'과 연결시킬 수 있는 사안임에도 총참모부나 국방성이 아니라 첫 입장 발표에 외무성이 나선 겁니다. 이는 상황 확장이 아니라 상황 관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천명한 '두 국가론' 때문인 측면도 있겠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14일 '국방 및 안전분야에 관한 협의회'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서 이런 형태의 협의회 개최는 처음인 것 알려졌습니다. 이전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또는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 형식을 취한 것과는 다른 모습인데요, 2015년 8월 목함지뢰사건 때도 북한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전방 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여정 부부장이 같은 날 오후에 낸 "우리는 평양무인기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며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 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담화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담화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 김 부부장이 낸 세 번째 담화로, 이번 사건의 주체를 '대한민국 군부'로 특정하고 저급한 용어를 동원해 고강도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정전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미국을 호출한 겁니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주한미군의 관리책임을 부각시키면서 기본적으로 상황관리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북한의 이런 모습은 이전에는 별로 없던 최근의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여정 담화, 주한미군에 상황 관리 요구…유엔사 "정전협정 따라 조사 중"
김 부부장의 담화에 앞서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유엔군사령부는 "언론 보도를 통해 북한 상공의 무인기 출현에 대한 북한의 주장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유엔사는 현재 정전협정에 따라 이 문제를 엄정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유엔사의 조사활동이 남북 대치국면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 폭파 장면.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북한은 9일 예고한 대로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북한군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데 이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겁니다. 합참은 또 “북한의 폭파로 인한 우리 군의 피해는 없다면서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합참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10m 앞에서 TNT를 터뜨렸는데,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 자위권 차원에서 북쪽을 향한 대응 사격을 MDL 이남 지역에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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