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산업·노동전환 예산, 되레 줄고 엉터리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2조3260억'
일자리 전환 등 '공정한 전환 예산' 증액?
에너지효율개선 예산 빼면 오히려 '퇴보'
전통산업 노동자 재취업 지원 '미흡'
2024-10-16 17:07:40 2024-10-16 17:07:4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도 일자리 위협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상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전통 산업 노동자, 지역, 중소상공인 등을 향해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산업 및 일자리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기후대응기금 '공정한 전환 예산'을 뒀지만 절반 이상이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인 점은 문제로 지목됩니다. 특히 핵심인 '산업 및 일자리 전환'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지출계획 규모는 2조3260억원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년도 '공정한 전환 예산' 증액?
 
1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지출계획 규모는 2조3260억원입니다. 이중 '공정한 전환 예산'은 2077억원으로 올해 1973억원보다 105억원(5.3%) 증액됐습니다. 이는 전체 기후대응기금의 8.9%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기후대응기금은 공정한 전환, 온실가스 감축, 저탄소생태계 조성, 탄소중립기반 구축, 환경행정지원 등 5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공정한 전환 프로그램은 3개의 단위사업과 6개의 세부사업입니다.
 
3개 단위사업은 산업·일자리 전환, 적응 및 인식제고, 지역공정전환입니다. 세부사업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 기후변화적응 및 국민실천 사업, 친환경소비생활 및 저탄소 생산기반구축지원사업, 탄소중립그린도시 사업, 산업·일자리 전환지원 사업, 사업재편지원 기반구축 사업입니다.
 
이 중 공정한 전환 예산은 2022년 1836억원, 2023년 2037억원, 2024년 1972억원, 2025년 2077억원입니다. 해당 예산은 4년 평균 1981억원으로 2000억원 수준에서 관리돼 왔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치위원회가 지난 9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후상설위원회, 탄소중립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에너지효율개선이 절반 이상 차지"
 
하지만 '공정한 전환 예산' 사업의 운영현황을 보면 정책 추진의지가 의심스럽다는 게 이성현 나라살림연 책임연구원의 지적입니다. 공정한 전환 예산 2077억원 중 51.8%에 해당하는 1076억원이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으로 편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세부사업을 보면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은 1076억원, 기후변화적응 및 국민실천 사업 340억원, 친환경 소비생활 및 저탄소 생산기반구축지원 사업 311억원,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 179억원, 산업·일자리 전환지원 사업 112억원, 사업재편지원 기반구축 사업 60억원 순입니다.
 
이 책임연구원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사업은 저소득층의 에너지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추진하던 사업으로 2022년 기후대응기금 설치에 따라 회계를 이관, 공정한 전환 사업에 포함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에어컨 보급 등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에 부적합하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지적이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보다는 저소득층 에너지복지에 더 가까운 사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을 제외할 경우 내년도 공정한 전환 지출규모는 2077억원에서 1076억원이 축소된 1001억원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1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기후대응기금 지출계획 규모는 2조3260억원이다. (사진=뉴시스)
 
산업·일자리 전환 예산 되레 줄어
 
무엇보다 산업·일자리 전환 사업은 탄소중립 과정에서 일자리 변동이 예상되거나 진행 중인 사업 또는 업종의 고용유지, 업무전환, 사업전환 등을 지원할 예산입니다.
 
하지만 공정한 전환 프로그램 예산에 포함된 3개의 단위사업 중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인 산업·일자리 전환 사업 규모는 되레 줄었습니다.
 
공정한 전환 프로그램에 포함된 단위사업을 보면, 내년 산업·일자리 전환 비중은 60.1%로 1247억7700만원입니다. 적응 및 인식제고, 지역공정전환은 각각 311억원(15.0%), 519억원(25.0%)입니다.
 
산업·일자리 전환 예산 1247억7700만원에는 사업재편지원기반구축(59억6500만원), 산업·일자리전환 지원(112억1900만원), 저소득층에너지효율개선(1075억9300만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에너지복지 지원 사업으로 산업·일자리 전환 사업 분류가 타당하지 않은 저소득층에너지효율개선을 빼면 172억원에 그칩니다. 이는 2022년 249억원에서 77억원(-30.9%)이 줄어든 수준입니다.
 
전통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재취업 지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안입니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오는 2036년까지 태안 등 석탄화력발전소 28기를 폐쇄할 예정입니다. 지난해부터 2028년까지는 석탄화력발전소 13기 폐지가 계획된 상황입니다. 
 
앞서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측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조석한 논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성현 책임연구원은 "사업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산업·일자리 전환 사업의 확대 및 개선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 시행에 앞서 사업여건과 수요조사에 기반한 사업계획을 세워 집행부진 등으로 예산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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