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종인 "홍준표 복당, 이준석에 명태균 영향력 행사"
"윤석열과 나하고 연결시켜줬다? 미친놈"
"2021년 3월5일 김영선 소개로 명태균 처음 만나"
"명태균, 나를 팔아먹어"…인연 '부정'
"김건희, 대통령 무시…윤, 굳은 결심해야"
2024-10-21 06:00:00 2024-10-21 07:58:18
[뉴스토마토 박현광 기자] '명태균 게이트'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명씨는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말과 동시에 정권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명씨는 윤 대통령에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정치 브로커의 허황된 말로 치부하기에는, 그와 엮인 정치 거물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대표적 인사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명씨는 김 전 위원장을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라고 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이 명씨를 자기 과시가 심한 사기꾼으로 깎아내리자, 명씨는 '상중'(喪中)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부활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비대위원장이었습니다. 이준석 의원과도 막역한 사이로, 4·10 총선에서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습니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이에 앞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도 기여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킹 메이커'로 활약했습니다. '김종인 매직'이 뒤따른 이유입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인 2021년 4월25일 명태균씨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도의 한 별장에서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지=명태균 페이스북)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게이트의 주인공 명씨와의 인연은 그의 정치 인생에 큰 오점이자 악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김 전 위원장은 명씨 대목에 대해서는 "미친 놈", "그놈이 순전히 나를 팔아먹는 것" 등 평소와 달리 거친 표현을 썼습니다. 
 
김 전 위원장에 따르면, 그가 명씨를 처음 만난 건 2021년 3월5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소개였습니다. 이후 별다른 인연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선출(2021년 6월11일)된 직후 이 의원과 명씨가 김 전 위원장을 찾아왔고, 그해 7월4일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명씨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간추린 것으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는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1시간 넘게 이뤄졌습니다. 
 
-명씨가 김 전 위원장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부른다.
△지(자기) 생각이다.
 
-명씨는 김 전 위원장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이 자신이라고 한다.
△이 미친놈이 지가 나를 윤석열이한테 제일 먼저 소개했다고 그러는데, 윤석열이하고 나하고 연결을 시켜준 건 김근식 교수다. (2021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내가 4월8일 국민의힘을 떠났다. 그 날 김근식이가 여기(광화문 사무실)로 와 가지고 '윤석열이가 전화를 한다니까 전화를 좀 받아 달라' 그랬다. 그래서 내가 전화를 받은 거다. 그렇게 해서 윤석열하고 처음 알게 된 거다.
 
-명씨가 자신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쪽을 설득하기 위해서 지가 마치 오세훈도 만들고 이준석도 만들고 뻥을 까는 거다. 거기 넘어간 사람들 잘못이다. 
 
-명씨를 처음 만난 건 언젠가.
△명태균이라는 사람은 김영선이 데려와서 소개를 해서 하게 됐는데, 그다음에 지가 찾아오면 내가 만나만 준 거다. 2021년 3월5일 처음 봤다. 내가 가만히 보니까 이놈이 왜 김영선을 데리고 나를 찾아왔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나를 팔아먹으려고 한 거야. 
 
-대선 이후에도 만났나.
△대선 이후에 이따끔씩 한두 달에 한 번씩 서울 오면 나를 뵈러 온다 그러고 만나자고 그런다. 와서 10분 내지 15분 정도 있다 가는 거다. 그냥 와서 지 멋대로 지껄이고 가는 거다. 그런 사람을 믿고서 뭐를 갖다가 한다는 자체가 웃기는 거다.
 
(이미지=뉴스토마토)
 
-2021년 4월25일 제주도에서 명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그곳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원회장 소유 별장이다.
△몰랐다. 어느 놈 집인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 우리 집사람하고 제주도에 간 건데, 제주도 무슨 신문사 사장하고 점심을 같이 좀 먹자 그래서 같이 점심을 먹은 거다. (별장은) 명태균이 가자고 해서 간 거다. 그러고 나서 뭐 사진을 찍은 건데, 나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오 시장의 후원회장으로 알려진 김모씨는 2021년 4월25일 명씨와 함께 제주도 별장에 있었습니다. 김씨는 명씨가 김 전 위원장을 별장으로 불렀고, 김 전 위원장이 10분 정도 머물다가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윤상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국민의힘 복당에도 명씨가 관여했나.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때 인제 뭐 명태균이가 이준석이한테 영향력을 많이 행사를 한 거다. (이준석은 이들의 복당과 관련해) 나한테 일체 그런 얘기 없었고, 다 제멋대로 한 거다.
 
-명씨가 여론조사 전문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나.
△나는 그놈이 전문가인지 아닌지 모른다. 김영선이가 와서 나보고 영남에서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게만 소개해서 아는 거다.
 
-명씨가 여론조사 조작을 한 정황이 나왔다.
△여론조사 조작을 했는지 안 했는지 난 모르겠는데, 근데 사실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거는 문항을 좀 바꿔 가지고 하는 거 이외에는 별로 달리 할 수가 없다. (아니면) 샘플을 갖다가 좀 달리 바꿔서 한다든가 하는 거지. 그 자체가 무슨 범죄가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본다. 나는 솔직히 얘기해서 여론조사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트렌드로 보는 거다. 그 자체 가지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여론이 무슨 표를 만드나. 그러니까 이 정치인들이 바보 같아 가지고 착각을 하는 거다. 
 
-'명태균 게이트'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명태균이는 저 나름대로 뭐를 많이 했는데 거기에 보상이 제대로 안 돼 가지고서 그래서 최초 일이 터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 같나.
△김건희 여사의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굳은 결심을 하기 전에는 절대로 해결 못 한다.
 
-그 결심의 정도가 어느 정도 되어야 된다고 보나.
△부인하고 일단은 좀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다. 근데 그걸 절대 못 할 거다.
 
-왜 그렇나. 
△대통령이 김건희한테 참 약점이 많다. 결혼 초부터 경제적으로 김건희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아서, 김건희 자신이 (윤 대통령을) 싹 무시를 하고 덤비는 거다. 지금 이 사태가 쉽게 풀어지지 않을 거다. 대통령이 중대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담 김기성 편집국장
정리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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