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11월 금리 결정, '환율' 고려…'실기론' 동의하지 않아"
G20 재무장관회의 출장기자단 오찬간담회
"고려 요인 아니었던 환율 포함해 결정"
"실기? 1년 정도 지난 다음에 평가해 달라"
2024-10-27 12:00:00 2024-10-27 12:00: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G20 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
 
[워싱턴 D.C.=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11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환율을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출장 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지난번 (10월 금통위)까지는 별로 고려 안해도 된 부분이 '환율'이다"면서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하면 환율은 좀 안정된 방향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지난번 통방 끝나고 2주 동안 갑자기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예상과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견고하게 성장해서 미국이 금리를 금방 안 내릴 것이라는 견해가 커지면서 달러가 굉장히 강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생각하면 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좀 커서 지난번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포함해서 11월에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장에서는 11월 기준금리 방향과 관련해 '동결'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 같은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불안한 환율 흐름이 지속되면서 환율 요인까지 포함해 금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 총재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성장에 그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내년 성장률 전망치 수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올해는 이미 3분기까지 다 지났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올해 (숫자) 자체는 통화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큰 영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4분기 GDP가 안 좋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성장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수출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 얼마나 영구적으로 갈거냐, 그거에 대한 판단이 내년도 성장률을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며 "내년 성장률을 2.1%로 예상하고 있는데, 수출이 어느 정도 하는지를 봐야 해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3분기 GDP에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과 관련해서는 "'수출 둔화세'가 아니라 '수출 성장률'의 둔화세"라고 꼬집으면서 "수출이 생각보다 나쁘다 보니 순수출 기여도가 -0.8%포인트 되서  0.9% 내수 성장한 것을 순수출이 감소시켰다고 보고 이것을 '수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하는데,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분기 대비가 아닌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아직도 6% 이상 성장하고 있어서 수출이 나쁜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던 수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마이너스로 보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는 "실기를 했다고 지적하는 두 부류의 그룹이 있다"며 "첫번째 그룹은 미리 많이 올렸으면 지금 내리면서 효과를 많이 봤을텐데, 미국 따라 올릴 때 좌고우면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려하다가 덜 올려서 지금은 내릴 수도 없고 외통수에 걸렸다라고 지적하는 그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 많이 올렸으면 자영업자는 더 많이 힘들게 만들고 부동산 PF도 더 망가지는 건데, 이건 환자가 왔는데 굉장히 아프게 만들어서 약을 준 후 낫게 만든 뒤 '내가 명의야'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두번째 그룹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안착할 것으로 기대가 됐던 7월부터 미리 금리를 낮추면 경기가 좋아지지 않았겠냐 하는 의견이 있다"면서 "반드시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경기만 볼거냐, 통화정책 할 때 금융안정·환율 등도 볼거냐 하는 거에 따라서 다른 것"이라며 "그렇다고 경기를 안 보는 것은 아닌데, 한은을 평가할 때 한 분기 성장률로만 판단하지 말고 1년 정도 지난 다음에 평가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7월에 내렸으면 9월에 가계부채가 10조까지 늘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 어떻게 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환율 역시 지금 1380원이 아니고 더 올라서 복잡해졌을 것 같은데, 이런 부분들을 물어보고 답을 주면서 실기했냐 등의 비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실기론'이 제기되는 이유로 '나빠진 내수'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3분기를 보면 정작 내수는 올라갔다"면서 "이 데이터만 보더라도 한은이 잘못 예측하고 실기했냐"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년쯤 지난 다음에 결과를 보고 혼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고용 상황에 대해서는 "고용량은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으로 실업률은 나쁜 상황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고용이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악화하고 있는 건설 경기에 대해선 "경기가 나쁘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성장하는 것은 옛날 식"이라고 꼬집으면서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데, 구조조정 끝나고 거꾸로 건설 경기를 살려서 이자를 보증해주거나 하는 것은 적극 반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총재는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글로벌 성장세는 잘 버티고 있지만, 하방 위험이 있어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각 국의) 최고의 관심사는 미국 선거 결과"라며 "민주당 후보가 되든, 공화당 후보가 되든 재정 정책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계속 팽창적으로 갈 것이고, 이것이 글로벌 금리 수준을 낮추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미 대선에 따른 대중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중 정책은 누가 되든 큰 변화가 없다"며 "미국이 대중 정책만큼은 전체적으로 강성으로 계속 갈 것이고, 누가 되더라도 재정 적자는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도 상당 정도 빨리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의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D.C.=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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