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최상목 경제팀'이 올해 하반기경제정책인 혁신 생태계 강화의 '역동경제'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성장세를 견인해온 수출이 예상보다 뒷걸음질 치면서 비정상적인 산업구조의 문제점과 성장 동력에 대한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역동경제'의 혁신 생태계 강화 중 새로운 이정표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산업과 관련한 대전환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E&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AI '신경전'…한국은 접목 수준
2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AI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침투를 고려해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한 배경은 미래 산업의 패권과 더불어 국가 전략자산인 산업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우려국은 홍콩,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이 유일하나 첨단반도체, AI 시스템, 양자정보통신 분야 기술의 우위의 선점은 미래 패권 경쟁의 판도를 좌우할 '기술 전쟁'의 주력 분야로 꼽힙니다.
우리 제조업계도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의 공장 자율 운영을 구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컨대 전자 업종 분야의 대덕전자·DH글로벌, 식품 업종의 팜조아 등이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손잡고 AI 자율제조 공장 구축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정부는 AI 자율제조 얼라언스를 중심으로 2027년 선도프로젝트 200개까지 확산시키겠다는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AI 기술 중 하나인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이 과학적인 수산자원관리에 핵심 뼈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접목에 불과할 뿐 '초격차 산업경쟁력 확보'가 최대 관건입니다. 문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국무력협회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등 4개 주요 신기술분야의 향후 5년(2027년까지)간 수준별 신규인력 수급을 전망한 결과를 보면, 2027년까지 약 6만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출처=한국무력협회) 최근 한국무력협회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등 4개 주요 신기술분야의 향후 5년(2027년까지)간 수준별 신규인력 수급을 전망한 결과를 보면, 2027년까지 약 6만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간 의존…인력·인프라 지원 부족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등 4개 주요 신기술분야의 향후 5년(2027년까지)간 수준별 신규인력 수급을 전망한 결과를 보면, 2027년까지 약 6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중 AI분야의 고급인력은 해외유출이 우려되는 등 고급 수준의 인력난이 심화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인프라 지원 예산도 절실합니다. 김종민 의원(무소속)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AI기업 89%가 스타트업인데, 고가의 GPU 서버인프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2354개의 AI기업을 설문조사한 '국내 AI기업 실태조사(2023)'를 보면, 10인에서 100인 미만의 기업이 53.8%, 10인 미만은 35%에 달했습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100억원 미만 36.9%, 10억 미만은 33.8%였습니다. 매출액이 없는 경우도 15% 수준입니다.
서버인프라 구축도 대표적인 GPU인 엔비디아 H100의 경우 5000만원 내외의 고가입니다. AI 종사자의 46.7%가 기초 연구에 서버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꼽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리포트를 보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AI기업이 21개로 한국기업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국가 AI전략 정책방향은 세제 지원과 대규모 펀드 조성 등 정책금융 뒷받침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국가 AI전략 정책방향은 구체적인 실현 방안 없이 의지만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 민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민간투자에만 의존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전 부처가 '국가 AI 컨트롤타워'로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자리 위험…노동시장 변화 대응해야
반면 일자리 소멸 위험도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대체될 일자리는 327만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건설업 등 국내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고 전문가 직종에 일자리 소멸 위험이 가장 높다는 분석입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고용 및 생산성 효과는 미진하며, 경제적 성과에 대한 우려는 낮은 도입률과 초기 단계인 인공지능 활용에 기인한 것"이라며 "인공지능 활용과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그에 따른 산업구조, 특히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도소매업·사회복지서비스업의 대인 서비스직은 AI 활용에도 지속될 일자리이나 저임금·육체노동 중심이므로 임금 상승, 직업인식 개선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미래에 지속·창출될 일자리 활용 및 생산성 증대에 따른 고용 규모 확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력·고용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를 출범시킨 여야는 AI 산업과 관련한 기본적인 법체계를 마련하는 AI 기본법 의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단, 야당은 AI 부작용 방지, 안전 규제를 우선하고 있어 산업 진흥에 주력하는 여당과 이견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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