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평가가 여전히 내부 평가로만 이뤄지고 있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제도를 필두로 이사회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데요. 경영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이 담보된 사외이사 평가가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료 이사·내부 직원' 평가 의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평가 제도를 내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다면 평가로만 진행합니다.
KB금융(105560)은 사외이사 평가를 매년 초 설문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고 사외이사 활동을 근접 관찰할 수 있는 내부 인력에 의한 내부 평가와 사외이사 동료 간 상호 평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사외이사의 본인에 대한 자기 평가, 이사 상호 간 상호 평가, 이사회 내 위원회 담당 간사 및 이사회 관련 부서 직원에 의한 직원 평가로 수행합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이사회의사록 등에 대한 서면조사와 본인 평가, 동료 평가, 직원 평가를 통해 진행하는데요. 직원 평가는 지주사 상무 이상 임원 등이 맡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도 마찬가지로 자기 평가(본인 평가), 이사회 평가(본인을 제외한 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평가), 직원 평가로 나누어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기존 30%를 반영하던 자기 평가 비중을 삭제하고 동료 평가 비중을 60%에서 90%로 변경했습니다.
농협금융의 경우에도 사외이사의 평가는 자기 평가와 상호 평가, 직원 평가 등 다면 평가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사회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농협중앙회 출신의 비상임이사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요. 사외이사후보 추천과 평가를 사외이사들이 주도하는 다른 지주사와 다른 점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운영 규정에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놨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부 평가기관에 평가 기준과 과정 등을 위탁한 것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평가 점수가 지나치게 높아 변별력도 떨어지고 있는데요. 사외이사 내부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평가가 여전히 내부 평가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전원 최우수' 객관성 결여
지난 2023년 기준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점수를 살펴보면 대다수 사외이사들이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KB금융과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전원에게 각각 '매우 우수'와 '최고(S등급)'를 부여했습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최고수준' 또는 '최우수' 등급을 내렸습니다. 신한금융도 최우수 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사외이사 평가 변화 등을 통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행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핵심 사안 중 하나는 사외이사 제도 손질입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에 대한 적정 임기정책과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당국은 사외이사 등 이사회 역량 구성표를 작성해 이사진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에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 능력, 경험, 자질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사회적 배경 등 다양성 정보를 표나 그림 등으로 도식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들도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금융사 경영진들이 조직 쇄신 차원에서 물갈이 된 가운데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이들이 후한 평가를 받기에는 명분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사외이사 평가 공시는 매년 각 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되지만 이들의 활동내역을 주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 사외이사 제도 손질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앞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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