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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성SDI(006400)가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캐즘’에 직면하며 올 3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다만 삼성SDI는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감소에도 중장기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을 중심으로 신규 거점 확장에 나서고 있어 대규모 투자에 따라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삼성SDI)
지난해보다 매출 29.8%·영업이익 72.1% 감소
삼성SDI는 올 3분기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72.1% 급감했다. 전지 부문 매출이 3조6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고, 영업이익은 85% 감소해 635억원에 그쳤다. 이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수요 둔화와 환율 변동 등이 겹쳐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SDI는 지난 3년간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FCF 적자가 2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커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에 회사는 올 상반기 부족한 투자금을 재무활동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유입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경우 삼성SDI의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올 상반기 현금성자산은 1조7000억원에 이르지만, 단기차입금은 4조20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의 약 2.5배에 달해 재무 부담이 상당하다. 삼성SDI는 4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도 보수적이다. 유럽과 아시아 전기차 고객사들이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재고 조정 압박이 지속되며 실적 개선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전지 제품인 원형 배터리의 경우, 수요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가동률 하락 등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과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재무구조의 경우 아직 악화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투자와 함께 병행해 꾸준히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캐즘에도 투자 지속…미국 내 추가 거점 구축 검토
삼성SDI는 이 같은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는 “각형 프리미엄 배터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향후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미국 내에서 추가 거점을 설립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파트너인 GM과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도 합작법인(JV) 설립 또는 단독 공장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12월 가동을 앞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사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은 내년 1분기부터 생산량을 순차적으로 늘리며 연간 33GWh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GM과의 두 번째 합작 공장은 2027년 뉴욕주 칼라시에 설립되며, 연간 27GWh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게 삼성SDI의 계획이다.
삼성SDI는 미국 내 전력용 ESS 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전력망 관련 고객들을 집중 공략해 ESS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회사는 SBB 1.5 모델을 통해 미주 시장에서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유럽에서도 전력용 ESS와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고출력 전지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삼성SDI는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제품을 2026년까지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을 세워, 중저가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경쟁사 대비 미국향 투자가 다소 늦은 부분이 있다”면서 "경쟁사가 비교적 빨리 미국 투자에 서두른 반면 우리는 차츰차츰 투자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배터리는 운송하다 폭발 등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완성차 공장 근방에 생산시설을 짓는 게 좋다. 미국에 완성차 공장이 많은 걸 고려하면 삼성SDI의 미국향 투자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캐즘으로 영업 실적이 줄어들고 차입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향후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증가한 차입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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